야구의 시선 제59화

5점 차에 마무리를 올린 순간

야구의 시선 제59화

- 5점 차에 마무리를 올린 순간, 경기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야구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논란이 되는 경기가 있다.

2026년 6월 20일 KIA의 역전패가 바로 그런 경기다.


많은 팬들은 9회 대역전패에 분노했다.

그러나 곰곰이 되짚어보면 진짜 논란은 역전당한 순간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바로 5점 차 리드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를 마운드에 올린 결정이다.


- 세이브 상황도 아닌데 왜 마무리였을까


일반적으로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다.


3점 차 이내이거나,

주자가 나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 이닝을 바카라임지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날은 5점 차였다.


엄밀히 말하면 마무리를 써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물론 감독에게는 여러 계산이 있었을 수 있다.


최근 등판 간격 때문일 수도 있고,

컨디션 점검 차원일 수도 있고,

다음 경기를 위한 감각 유지 차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달랐다.


"왜 굳이?"라는 질문이었다.


세이브도 기록되지 않는 경기.

필승조를 아껴야 할 상황.

충분히 다른 투수로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


그런데 굳이 마무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기아 타이거즈 마무리 성영탁 투수

- 첫 번째 실수는 기용, 두 번째 실수는 방치


마무리 투수가 올라왔다.


그리고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했다.


홈런.

2루타.

볼넷.


이 순간 대부분의 팬들은 불펜 문이 열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타.

밀어내기 볼넷.

안타.

4 실점.

그제야 교체.


사실 팬들이 분노한 이유는 실점 때문이 아니다.


프로야구에서 투수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벤치가 그 무너짐을 얼마나 빨리 인지하느냐다.


- 이범호 감독과 투수코치가 놓친 것


감독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결단이다.

특히 투수 운용은 결과보다 타이밍이다.


타이밍이 빠르면 욕을 먹는다.

타이밍이 늦으면 경기를 잃는다.


그런데 이날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홈런을 맞았을 때.

2루타를 맞았을 때.

볼넷을 내줬을 때.

안타를 맞았을 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을 때.

교체 명분은 이미 충분했다.


오히려 어느 시점에서 교체하더라도 팬들은 납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벤치는 끝까지 기다렸다.


투수코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감독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선수보다 벤치가 무너진 경기처럼 보였다.


- 신뢰와 고집은 다르다


감독은 선수를 믿어야 한다.

투수코치는 투수를 믿어야 한다.


하지만 믿음과 고집은 다르다.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지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믿어야 한다.


그러나

구속이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리고,

표정이 무너지고,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있다면,

그때는 신뢰보다 관리가 필요하다.


그 순간까지 마운드를 맡기는 것은 신뢰가 아니라 방치가 된다.


- 결과론인가?


이범호 감독을 옹호하는 시선도 있다.


"교체한 투수가 더 얻어맞을 수도 있었다."

맞는 말이다.


야구는 결과론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결과론이 아니다.


5점 차에 마무리를 올린 판단.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연속 출루를 허용하는 동안 기다린 판단.

이 두 가지는 결과 이전의 문제다.


설령 교체한 투수가 추가 실점을 했더라도 팬들은 이해했을 것이다.

최소한 벤치가 경기를 관리하려 했다는 모습은 보여줬기 때문이다.


- 야구의 시선


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홈런이 아니다.

연속 안타도 아니다.


벤치가 상황을 낙관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5점 차 리드는 넉넉해 보인다.

그래서 오히려 위험하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한 명쯤은 잡겠지."

"금방 안정되겠지."

그 짧은 방심이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다.


이번 KIA의 패배는 성영탁 혼자 만든 패배가 아니다.


첫 번째 질문은 왜 5점 차에 마무리를 올렸는가이다.


두 번째 질문은 왜 그렇게 오래 놔두었는가이다.


그리고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대체 언제 교체할 생각이었던 것인가?"


감독의 역할은 선수가 무너진 뒤 바카라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선수가 무너지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 경기는 KIA가 1패를 기록한 날이 아니라,

벤치의 투수 운용 철학에 대해 팬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이범호 감독의 투수 운용 철학은 무엇인가?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