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푸른 요람 5부 마지막 프로젝트

1장 서서히 짙어지는 어둠



화성회의실.png


AM. 7:00


벽면 모니터에 시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돔 기지에서의 시간은 지구를 기준으로 표기됐다.


밤새 어둡게 유지되던 천장은 희미한 푸른빛으로 변했고,

침대 위 조명은 사람이 잠에서 깨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밝기를 높였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붉은 하늘과 검붉은 대지가 창 밖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각 구역의 생활 시스템이 하나씩 활성화됐다.


이준은 눈을 떴다.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어제 일어난 일이 꿈만 같았다.


오늘은 오전 일찍 시추 현장에서 발견한 자료에 대한 분석 브리핑이 중앙관제시스템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시추는 무기한 미뤄졌다.

현재 나온 자료는 전 지구적 국가기밀 사항에 해당했다.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단 말입니까?”

“화성 지하에 도시가 있는 이유를 설명해보십시오.”

“누가 만들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거라면서요?”


밤사이 브리핑 일정이 세 번이나 변경돼 있었다.

참석 인원도 늘어났다.


아르테미스 기지의 연구원뿐만 아니라 지구와 우주정거장에 있는 관련 기관까지 원격으로 연결됐다.

평소라면 몇 명의 연구원만 앉아 있었을 중앙관제시스템실은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준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브리핑룸에는 고성이 난무했다.

사람들은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낮은 목소리를 유지하던 평상시와는 달리,


지금은 그 누구도 침착하게 자신의 질문 차례를 지키지 못했다.

이준도 깊은 충격을 받았는지 생각에 잠겨있었다.


“선배, 이쪽으로..”


민수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이준을 일깨웠다.

“어.”


지우와 도윤도 눈짓을 보냈다.

자리에 앉자 지우가 말을 건넸다.


“내 생각에는..”

“잠시 조용히 해주십시오.”

브리핑을 총괄하던 엘리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엘레나는 아르테미스 기지의 총괄 바카라임자였다.

기지의 인원 배치부터 탐사 일정, 자원 관리와 외부 기관과의 연락까지

화성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은 결국 그녀의 승인 아래 움직였다.


이준 일행이 처음 아르테미스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도 엘레나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준은 그녀가 연구자보다는 군인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고, 누군가 질문을 하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짧게 대답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어수선하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엘레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중앙 홀로그램 위에 손을 올렸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간 중앙에 떠 있던 화면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전날 이준 일행이 내려갔던 지하 공간의 영상이었다.


어둠 속에 길게 뻗은 통로.

벽면을 따라 이어진 문양.

그리고 바닥 아래로 계속 이어지는 거대한 구조물.


“첫째.”

엘레나가 말했다.

“이 구조물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장내가 다시 술렁였다.


엘레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까지 분석된 구조와 내부 공간, 통로의 형태를 종합하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화면이 확대됐다.

벽면에 새겨진 문양 하나가 크게 떠올랐다.


“둘째. 구조물 내부에서 발견된 문양은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반복되고 있습니다.”

화면 옆으로 또 다른 자료들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촬영된 문양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형태였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서른일곱 개입니다.”


이번에는 이준이 눈을 들었다.

두 개의 곧게 뻗은 길.


그리고 그 아래에서 발견된 거대한 공간.

서른일곱 개의 구조물이 하나의 연결망처럼 화면 위에 표시됐다.


“이 구조물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엘레나가 말했다.


“일부는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도시…”


엘레나는 그 말을 들은 것 같았다.

“도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현재로서는 목적을 알 수 없습니다.”


그다음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셋째.”


이번에는 엘레나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생체 시료가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외계생명체입니까?”


엘레나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반복되는 질문에 피로하다는 듯 짧은 대답이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화면 위로 분석 결과가 떠올랐다.


“현재까지의 연대 분석 결과, 해당 생체 시료는 최근에 존재했던 것이 아닙니다.”


엘레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최소 수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브리핑룸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특이점이 발견되었는데, 생체 시료에는 기계적인 부분이 존재합니다.”


화면이 확대됐다.

유기적인 조직 사이로 낯선 구조가 보였다.


“이식물인지, 신체의 일부인지도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엘레나는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이번에는 전력이었다.

미약한 수치.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넷째. 구조물 내부 일부에서는 미약한 전력 반응이 확인됐습니다.”

다시 장내가 술렁이며 시끄러워졌다.


수천 년 전의 생체 시료.

누군가 만든 지하 구조물.

그리고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시설.


이준은 화면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어젯밤부터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던 장면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엘레나가 말했다.


브리핑룸이 다시 조용해졌다.

화면 중앙에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푸른색.

처음에는 그저 빛처럼 보였다.

그러나 영상이 재생되자 모두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하늘이었다.

구름.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물.


엘레나는 화면을 바라본 채 말했다.

“해당 영상 역시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남겨진 기록으로 추정됩니다.”


이준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그 말은 어제 자신이 느꼈던 것과 같았다.

그것은 우연히 남아 있던 기록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보기를 원했다.

누군가가 발견하기를 원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남겨놓은 것이었다.


엘레나가 천천히 장내를 둘러봤다.

“우리는 누가 이곳을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왜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생체 시료가 무엇인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이준은 도윤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지 못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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