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푸른 요람 5부 마지막 프로젝트

2장 두 개의 달이 뜰 때



두개의 달.png

어수선하게 소란스러운 회의가 끝난 후 지우와 이준은 함께 복도 통로로 나왔다.


“지우야. 아까 뭐라고 말할려고 했잖아.”

“아.. 그게..”

“내 생각에 말야..”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이준이 재촉했다.


지우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건 그냥 환경학자로서 생각하는.. 가설일 뿐이야.”

“그 영상 말이야.”

“푸른 별?”

“응.”


지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린 너무 당연하게 지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이준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지구가 아니라고?”

“모르겠어.”


지우가 천천히 말했다.

“화성에 물이 존재했던 흔적은 이미 많이 발견됐잖아.”

“그렇다고 저렇게 거대한 바다와 숲이 있었다는 뜻은 아니지.”

“응. 나도 알아.”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발견된 건 대부분 오래전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니까.”


그녀는 다시 이준을 바라봤다.

“우리가 모르는 건 훨씬 많아.”


이준은 아무 말 없이 지우를 바라봤다.

“화성의 과거 환경이 정확히 어땠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물이 존재했는지. 그 시기에 대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지우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이준의 시선이 지우의 입술에 머물렀다.

지우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달떴다.


“그래서?”

지우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저 영상 속 행성이…”

“과거의 화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준은 잠시 멍한 채 지우를 바라봤다.

“화성?”

“그냥 가설이야.”

“지금 저 영상이?”

“응.”


지우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히려 너무 지구같은 게 이상해.”


그녀가 말했다.

“화성 지하에서 발견된 것들이 계속 신경 쓰여.”

“지하 구조물?”

“그것도 그렇고. 생체 시료도 그렇고.”


지우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만약 저 영상이 정말 과거의 기록이라면…”


그 순간이었다.


통로 벽면의 조명이 짧게 점멸했다.

두 사람의 휴대 단말기에 동시에 호출 신호가 들어왔다.

이준이 화면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엘레나였다.

짧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


[중앙 분석실로 오십시오.]


지우와 이준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과거의 화성.

두 사람은 중앙 분석실로 향했다.





중앙분석실.

도윤도 호출을 받고 와 있었다.


“중앙관제실에서 영상을 99% 복구했습니다.”

엘레나가 말했다.


복구된 영상에는 숲과 바다 사이에 거대한 도시가 있었다.

높은 구조물들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것은 강이었다.

강 위에는 수십 개의 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건물들이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규모였다.

이준이 알고 있는 어떤 도시와도 달랐다.

자연과 도시의 경계가 거의 없었다.

숲은 도시 안으로 이어져 있었고, 강은 건물 사이를 흐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연을 밀어내고 도시를 세운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행성 위에 조심스럽게 문명을 올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지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게… 정말이라면.”


그녀는 말을 멈췄다.


엘레나가 화면 아래쪽에 떠오른 데이터를 확인했다.

“영상 파일에 위치 정보가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영상과는 달리 데이터는 해독하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우기 데이터 일부 깨져 있어서… 그런데 좌표 체계 자체는 빠른 시간 내에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엘레나는 몇 번 더 데이터를 수정했다.

그러자 숫자가 천천히 하나의 좌표 체계로 변환되기 시작했다.


경도, 위도 그리고 고도 등이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이상한데.”


도윤이 물었다.

“왜?”

“이 좌표… 화성 기준이야.”


잠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확실해?”

“현재 화성 좌표계랑 완전히 같지는 않아.

지형 자체가 너무 오래전에 변했으니까. 그런데 기준점 몇 개를 대입하면…”


도윤은 말을 멈췄다.

지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에 현재 화성의 지도가 나타났다.

붉은 행성의 지형.

수많은 크레이터와 협곡.

그리고 탐사팀이 있는 현재 위치.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나의 표시가 떠올랐다.


관제실의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지우가 먼저 말했다.

“말도 안 돼.”


화면 속 좌표가 가리키는 곳은 바다가 아니었다.

숲도, 도시도 아니었다.

이곳에는 지금 붉은 모래와 바위밖에 없었다.

이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푸른 바다.

거대한 숲.

그 사이에 존재하는 도시.

현재의 화성과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세계.


엘레나가 말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좌표가 오래된 기준을 사용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이준은 천천히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푸른 바다를 바라봤다.


“그래서 확인해야 해.”

그 순간이었다.

영상이 갑자기 흔들렸다.


민수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뭐지?”


화면이 잠시 검게 변했다.

하얀 창백한 노이즈가 사방으로 번졌다.


그러더니 새로운 장면이 나타났다.

카메라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지금의 화성 지형과는 전혀 다른 거대한 세계.


지우는 숨을 멈췄다.

화면 한쪽에 숫자가 나타났다.

처음 보는 문자였다.

그 옆에 하나의 데이터가 자동으로 변환됐다.


엘레나가 데이터를 읽었다.

“대기압… 현재 화성보다 수백 배 높습니다.”


지우가 바로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산소 농도는요?”

“지구와 비슷합니다.”


도윤이 허탈하게 웃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누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준은 화면에 떠 있는 푸른 행성을 바라봤다.

그 아래에는 현재의 화성 지도가 작게 겹쳐져 있었다.


두 개의 행성.

같은 행성의 서로 다른 시간.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화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인류는 오랫동안 이 붉은 행성을 바라보았다.

탐사선을 보냈고, 위성을 띄웠고, 얼음을 찾았고, 대기를 분석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화성은 인류가 살기 위해 땅을 파는 동안, 대기를 만드는 동안

그 오랜 시간 인류를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둡고 축축한 지하도시에서 한 줄이 미약한 전력을 안고

그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 더 있습니다.”


잠시 후 검은 화면이 갑자기 쨍한 푸른빛이 모니터에 꽉찼다.

영상은 파노라마 같았다.

도시 외곽에는 거대한 농업 시설이 보였다.


규칙적으로 나뉜 넓은 경작지와 그 사이를 흐르는 수로가 보였다.

자동화된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도.

영상은 다시 이동했다.


학교처럼 보이는 건물.

바다 위를 움직이는 거대한 운송선이 보였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거대한 화산까지.

사람들도 있었다.


평범해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이상했다.

언뜻 보면 지구를 그대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았다.


모두 지구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준은 한 점을 가리켰다.


“지구가 아니야.”

이준이 가리킨 화면 위.


하늘에는 작은 두 개의 점이 떠 있었다.

처음에는 영상 오류처럼 보였다.

그러나 확대하자 형태가 분명해졌다.


두 개의 달이었다.

하나는 크고 희미했다.

다른 하나는 그보다 작았지만 선명했다.


관제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지우가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두 개…”


엘레나의 차분하지만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천체 위치 데이터와 영상 내 광학 정보를 분석 중입니다.”


잠시 후.

“....현재 화성의 위성 궤도 정보와 유사성이 확인됩니다.”


도윤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잠깐만.”


그는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그럼 이게…”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지우가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치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아직 믿지 못하는 사람처럼.


“화성이…”

지우가 중얼거렸다.

“원래 저랬다고?”


이준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화면을 바라봤다.

인류가 수십 년 동안 바라보고 탐사했던 행성이었다.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세계.

그러나 지금 화면 속 화성은 살아 있었다.


문명이 있었다.

화면 속 아이들이 뛰어갔다.

누군가 하천가에 서 있었다.

몇몇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멀리서는 작은 아이 하나가 또 다른 존재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준은 화면 속 존재를 바라보았다.

저 영상의 공간이 화성이라면 저 존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과 닮은 형체의 저 존재.

닮았지만 어딘가 달랐다.

하지만 그 차이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했다.


그 순간 화면 속 존재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빤히 카메라를 응시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마치 수천 년 뒤 영상을 보고 있을 누군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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