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Archie <world in delay>
아르테미스 돔 기지 분석실.
화면에는 지하도시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차례대로 떠 있었다.
이준은 여러 개의 파일을 차례대로 확인했다.
지하공간에서 채취한 생물체의 생체 데이터, 보존실의 기록, 주변 구조물의 정보, 그리고 소형 저장 장치에서 복구된 일부 데이터 등이 화면에 떠올랐다.
데이터의 대부분은 손상되어 있었다.
파일을 열면 깨진 문자만 나타났고, 일부 숫자는 남아 있었지만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이준이 말했다.
"이것부터 다시 다시 확인해보자."
민수가 의자를 끌어왔다.
"저장 장치요?"
"아니."
이준은 화면 한쪽을 가리켰다.
"보존실 영상."
민수가 데이터를 불러왔다.
화면에 보존실의 구조가 나타났다.
철저하게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밀폐 구조였다.
온도조절 장치와 압력, 생체 상태를 기록하는 센서 등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쪽.
아주 작은 데이터 저장부가 하나 있었다.
민수가 말했다.
"이건 처음에는 못 봤어요."
"왜?"
"주 저장부가 아니거든요. 별도의 보조 기록 장치처럼 보여요."
이준이 화면을 확대했다.
"복구할 수 있어?"
"해볼게요."
민수가 키보드를 조작했다.
수 몇 초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화면에 작은 문자가 나타났다.
민수가 말했다.
"앗, 데이터 일부를 해독할 수 있어요."
이준이 민수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화면에 숫자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수십 개의 알 수 없는 숫자가 연속해서 나타났다.
지우가 물었다.
"이거 날짜일까?"
“음.. 아마도."
이준이 대답했다.
"그런데 형식이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야."
민수가 몇 가지 변환을 시도했다.
화면의 숫자가 다시 배열됐다.
이번에는 날짜처럼 보이는 형태가 나타났다.
민수가 말했다.
"이건 좌표입니다."
이준이 물었다.
"바로 현재 화성 좌표계로 변환해봐."
잠시 후.
화면에 화성 지도가 나타났다.
좌표 하나가 붉은 행성 위에 표시됐다.
이준이 지도를 바라봤다.
"어디지?"
민수가 확대했다.
좌표가 가리키는 곳은 지하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이었다.
도윤이 말했다.
"저기 지금 뭐가 있어?"
민수가 현재 지형 데이터를 불러왔다.
화면이 바뀌었다.
붉은 평원과 암석, 그리고 먼지가 가득했다.
지우가 말했다.
"시설은 없는데..."
이준이 물었다.
"과거 데이터는?"
민수가 대답했다.
"확인 중입니다."
몇 초 후.
수십 년 전 촬영된 위성 사진을 비롯해 많은 과거 화성 탐사 자료가 화면에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위치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도윤이 말했다.
"음..지형이 변한 건가?"
이준은 대답하지 않고 좌표를 좌시했다.
그리고 지하도시에서 발견된 다른 기록과 비교했다.
비슷한 좌표가 있었다. 여러 개였다.
그러자 이준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민수."
"네."
"이 좌표들 전부 표시해봐."
민수가 데이터를 불러왔다.
화성 지도 위에 점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처음에는 몇 개뿐이었다.
하지만 복구되는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점의 갯수도 늘어났다.
마침내 화면 전체에 여러 개의 좌표가 표시됐다.
지우가 말했다.
"이거..."
도윤도 지도를 바라봤다.
좌표들은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 몇 개는 하나의 선을 이루고 있었다.
이준이 말했다.
"이거 단순한 좌표가 아니야."
민수가 그를 바라봤다.
"그럼요?"
"경로인 것 같아."
잠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이준은 화면을 확대했다.
좌표를 연결하자 하나의 긴 선이 만들어졌다.
그 선은 지하도시가 있는 지역에서 시작해 화성의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목적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좌표가 손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수가 말했다.
"여기서부터 데이터가 끊겼어요."
이준이 물었다.
"복구 가능해?"
"지금 상태로는 어려워요."
그때.
화면 한쪽에서 작은 신호가 나타났다.
엘레나가 중앙관제실과 통신한 결과를 알려왔다.
"지금, 추가 데이터가 확보됐습니다."
이준이 고개를 들었다.
"뭡니까?"
"문자 데이터입니다."
화면에 짧은 문자열이 나타났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자였다.
기존에 발견했던 문양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준이 말했다.
"번역 가능할까요?"
"외계어 베이스라 현재 우리 데이터베이스에는 일치하는 언어가 없습니다."
민수가 말했다.
"패턴 분석도 안 돼요."
이준은 화면을 바라봤다.
그때, 분석실 전체의 조명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CONNECTION DETECTED
화면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민수가 놀라서 말했다.
"이게 뭐죠?"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랑 연결된 거야?"
엘레나가 대답했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왜 그렇죠?"
잠시 후.
엘레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연결 대상이... 현재 기지 내부에 없습니다."
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그럼 어딥니까?"
대답은 없었다.
화면 속 신호는 몇 초 동안 유지됐다가 꺼졌다.
분석실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이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하도시에서 발견한 문양을 떠올렸다.
지하 공간에서 발견된 보존 장치와 정체불명의 보존된 생명체
그리고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설명할 수 없는 좌표.
아직 알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준이 말했다.
"내일 다시 시추 현장으로 가보자."
도윤이 그를 바라봤다.
"다시?"
"이번에는 지하 내부 전체를 확인해야 해."
민수가 물었다.
"프로브를 또 보내게요?"
이준은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짧게 대답했다.
"그래."
그날 밤.
아르테미스 기지의 분석실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화면 하나가 꺼졌다.
화면이 검게 변하기 직전, 짧은 문장이 나타났다.
아무도 그것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기록은 다시 닫혔다.
4장 끝
5장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