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푸른요람1 3부 잠든 그것

2장 - MEMORIES (ost. 데이차일드)

아르테미스 기지 분석실.

이준은 모니터 앞에 서있었다.


화면에는 지하도시에서 가져온 시료의 분석 결과가 표시되고 있었다.

매우 작은 조직 시료였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석 장비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1차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뭐가 확인됩니까?"

"세포 구조가 확인됩니다."


잠시 후 새로운 자료가 화면에 나타났다.

세포막.

조직층.

그리고 미세한 혈관 구조.


지우가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

"아직 세포 조직이 남아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준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보존만 한 생체였다.

그런데도 세포의 형태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민수가 말했다.

"보존 상태가 생각보다 좋아요."


이준은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보존 장치에서 확보한 다른 데이터를 불러왔다.


온도.

압력.

조직 상태.

보존 환경.


여러 자료가 차례대로 화면에 나타났다.

그는 보존 장치의 구조를 다시 확인했다.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

조직의 수분 변화를 막는 구조.

외부 환경과 완전히 차단된 밀폐층.

그리고 내부의 생체 상태를 기록하는 센서.


이준이 물었다.

"이 장치는 죽기 전 만들어진걸까?"


민수가 자료를 확인했다.

"음.. 아마 그렇다고 봐야되겠죠."

"죽은 다음에 넣은 건?"

"그건 아니에요."


도윤이 민수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생각해?"


민수가 화면을 가리켰다.

"여기 보세요. 보존 장치 내부의 기록을 보면, 안치 직전부터 생체 상태를 계속 기록하고 있어요."


이준이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생체 데이터가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수치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췄다.


이준의 표정이 굳었다.

"그렇네. 죽기 전부터 기록하고 있었네."


민수가 대답했다.

"그렇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준은 화면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이 생명체가 죽은 뒤 보존한 것이 아니었다.

죽어가는 생명체를 이곳으로 데려왔고,

마지막 순간까지 상태를 기록한 뒤 보존 장치를 작동시켰다.


도윤이 낮게 말했다.

"그럼 대체 누가 이렇게 한거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엘레나가 새로운 분석 결과를 표시했다.

"보존 시점 추정 결과를 갱신하겠습니다."


화면에 숫자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범위가 넓었다.


수만 년.

그리고 추가 분석이 진행됐다.

범위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숫자가 멈췄다.


한이준이 숫자를 바라봤다.

"얼마나... 오래된 겁니까?"


엘레나가 대답했다.

"현재 분석 결과로는 최소 수천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천 년.


사람들이 이곳에 오기도 전이었다.

화성에는 지구인이 아는 한 생명체는 없었다.

그런데 뭔가 살아있는 것이 이곳에 있었다.


한이준은 화면 속 보존 장치 영상을 다시 띄웠다.

어두운 방.

투명한 막.


그 안에 움직이지 않는 작은 형체.

이준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누군가는 이 생명체를 남기려고 했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후.


분석실 화면에 보존 장치 내부 영상이 나타났다.

한이준은 화면 한쪽에 표시된 자료를 넘겼다.


"주변 물건들 다시 확인해보자."

민수가 확보한 데이터를 불러왔다.


보존 장치 주변에서 확인된 물체들이 하나씩 화면에 나타났다.

작은 장식품이 보였다.


흡사 인간의 여자아이에게서나 볼 법한 작은 장신구들이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보존 장치 옆에 놓여 있던 소형 저장 장치였다.


지우가 말했다.

"이게 전부야?"

"현재 확인된 건 이게 다예요."


이준은 저장 장치를 확대했다.

표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문양 하나가 있었다.


이준의 시선이 멈췄다.

"잠깐."


이준은 다시 탐사 시추 시 발견했던 지하공간의 영상을 불러왔다.

벽면.

통로.

에너지 시설.

그리고 같은 문양.


지우가 화면을 비교했다.

"같네."


도윤도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번 우주선 착륙할 때 봤던?“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같은 문양이 너무 많은 곳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엘레나가 말했다.

"동일한 형태의 문양이 총 37개 지점에서 확인됩니다."


도윤이 물었다.

"혹시 이 생명체가 외계 생명체일 수 있을까요?"


엘레나가 대답했다.

"그건 현재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준은 다시 영상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단순히 지하에서 발견한 이름 모를 생명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 생명체에게도 그들과 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준이 말했다.

"저장 장치 내용은?"


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 손상됐어요."

"복구 가능한 건?"

"아주 조금 뿐이에요."


민수가 화면을 확대했다.


숫자 몇 개.

그리고 짧은 문자열.

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이준은 저장 장치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때 엘레나가 말했다.

"생체조직 검사 결과 추가 분석 자료가 있습니다."


이준이 고개를 들었다.

"뭐죠?"


지하 생명체의 신체 스캔 자료가 화면에 나타났다.


골격과 장기 구조.

그리고 일부 조직 정보.

그중 몸통 주변의 자료가 확대됐다.


엘레나가 말했다.


"이 부분을 봐주세요."

“체내에서 비정상적인 구조물이 발견되었습니다.”

“뭐죠? 이식물인가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다만?”

“생체조직과 인공 물질이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면 속 생명체의 피부 조직 아래에 아주 작은 구조가 나타났다.

자연적인 조직과는 다른 형태였다.

하지만 명확하게 기계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지우가 물었다.

"뭐야?"


민수가 대답했다.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그 구조는 피부 아래 아주 얕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크기도 작았다.

하지만 주변 조직과 미묘하게 다른 특성을 보였다.


이준이 물었다.

"보존 과정에서 생긴 건 아니가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엘레나가 대답했다.

"하지만 원래부터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준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화면을 다시 확대했다.


그날 처음으로 그는 생각했다.

누군가는 이 생명체를 보존한 것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선택했을지도 모른다고.



3부 2장 끝.

3장으로 이어집니다.


댓글 많이 부탁드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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