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남자입니다. 그런데 다시 설레고 있습니다
작가님께.
저는 오십 대 중반의 남자입니다.
이 이야기를
어디에 꺼내야 할지 몰라
오랫동안 혼자 갖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만난 건
8년 전입니다.
그때 제 삶은
이미 많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집은
늘 싸움이었습니다.
크게 싸우고,
말을 끊고,
다시 터지고,
또 침묵하고.
그걸
수년간 반복했습니다.
“이혼하자”는 말이
한 두 번 나온 게 아니라
여러 번
오갔습니다.
정말로
끝까지 갈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멈췄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중학생,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기에
가정을 깨는 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혼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함께 살지도 않았습니다.
같은 집에 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살고 있었지만
살아 있지 않았습니다.
우울이 깊어졌고,
숨이 막히는 순간들이 잦아졌습니다.
병원을 다니며
약을 복용하던 시기였습니다.
아무 일도 아닌데
심장이 먼저 반응했고,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대로 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도
무너져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우리는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서로를 이해했고,
서로를 살렸습니다.
그녀를 만나는 날은
숨을 쉬는 날이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은
버티는 날이었습니다.
그 관계가
옳은지 아닌지보다
그 관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
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는
우리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거리 두기라는 이유로
집에 덜 들어가도 되었고,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는 핑계로
혼자 있는 시간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더 깊어졌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끼리
서로를 붙잡고
버티게 해주는 관계였습니다.
그녀는
점점 밝아졌고,
저 역시
살아났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승진을 했고,
그녀의 사업도
눈에 띄게 잘 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서로를 망가뜨린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일으켜 세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때의 저는
그게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위독해지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삶이
다시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병원과 집,
정리되지 않은 시간들.
그 안에서
저는
다른 감정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녀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억지로 끊은 게 아니라
그저
삶이
그 관계를 덮어버렸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우리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그저
덜 만나고
덜 찾다가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래도
가끔
보고 싶다고 하면
서로 찾아가 주는 관계였습니다.
연인이라기보다
베스트 프렌드처럼.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자가 왔습니다.
“나, 결혼해.”
그 순간
저는
무너졌습니다.
이미 끝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녀를 붙잡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럴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아.”
그렇게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
한참 동안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이제 정말 끝났다는 생각이
그때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녀에 대한 감정도
서서히
제 안에서 자리를 바꿨습니다.
예전처럼
아프게 떠오르지는 않고,
가끔 생각이 나도
그냥
지나가는 기억처럼 남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집도 그대로였고,
관계도 그대로였습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로
그대로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특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사람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직도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예전처럼
크게 흔들리는 감정은 아닙니다.
더 조용하고,
더 깊은 쪽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
쉽게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이 감정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건지.
다만 분명한 건
이 사람이 생기고 나서부터
제가
조금 덜 버티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냥
살아내는 게 아니라,
조금은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여전히
가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할 일은 하고 있고,
바카라임도 다하고 있습니다.
집은 그대로이고,
관계도 그대로입니다.
그 안에서
이 감정만
조용히
따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한 번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을
보내고 나서도,
이렇게
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게
사람으로서
괜찮은 일인지.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 감정은
외면하고 싶지 않습니다.
-50대 중반,
다시 설레기 시작한 사람
당신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는 이 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만났던 사람”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녀는
당신을 무너뜨린 사람이 아니라
당신을
살려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감정은
누군가를 좋아했다는 차원을 넘어
당신 인생의 한 시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무너졌던 시간,
서로를 붙잡고 버티던 날들.
그건
누가 뭐라고 해도
당신에게는 필요했던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 사랑은
없던 일처럼
지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문제는 지금입니다.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돌아갈 수 없는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크게 무너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이 움직인 것.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은
한 번 살아났던 경험이 있으면
다시
그 감정 쪽으로
조용히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누군가를 좋아해서라기보다
“그때의 나처럼
다시 살아 있는 느낌”에 가까울 겁니다.
그래서
더 낯설고,
그래서 더 헷갈리는 겁니다.
아내에 대한 감정 역시
특별히 이상한 부분은 아닙니다.
오래 유지된 관계에서는
사랑보다
익숙함과 역할이 더 크게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당신은
무언가를 무너뜨리려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지금의 삶 안에서
조금 숨 쉴 틈을 느낀 사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결정하려고 하기보다는
이 감정이
어디까지 가는지
조용히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이 감정이
당신을 살게 하는 방향인지,
아니면
또 다른 복잡함을 만드는 방향인지.
그건
시간이 지나면
당신 스스로 가장 잘 알게 될 겁니다.
지금은
판단보다
이해가 먼저인 시기입니다.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가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카라임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때
자신을 살게 해 준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이 끝난 뒤
시간이 지나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1. 사람이라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2. 결혼 상태에서는 이런 감정도 조심해야 한다
3.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다
4. 그냥 이 정도 감정은 마음속에 두고 살아도 된다
이미 한 번 깊게 사랑했던 사람이
완전히 떠난 뒤에
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
이건
자연스러운 걸까요?
아니면
조심해야 하는 신호일까요?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만
조용히 움직이는 것.
여러분은
이걸
괜찮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위험하다고 보십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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