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닌데, 집에 가면 숨이 막힙니다

by유혜성

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닌데, 집에 가면 숨이 막힙니다>


작가님께.


저는 결혼 17년 차 유부남입니다.


이 사연이

〈하면 안 되는 사랑〉에 해당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것도 아니고,

아직 어떤 관계가 시작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제 마음이 이미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결혼은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이라기보다,

양가 부모님과 교회를 통해 이어진 결혼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제 삶만으로도 버거운 시기였고,

그저 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는 들어가고,

어머니는 점점 연세가 많아지셨고,

오랜 세월 힘들게 살아오신 어머니의 소원을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오랫동안 만나던 사람과 헤어진 뒤였고,

어쩌면 그 현실에서 도망치듯

결혼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이기적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아내는

누가 봐도 성실한 사람입니다.


가정을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고,

밖에서는 단정하고 모범적인 사람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그 사람의 수고를 알고 있습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저는 점점 숨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다투는 걸 싫어합니다.

웬만하면 피하고,

결국은 늘 아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왔습니다.


그렇게 17년을 살다 보니

이제는 제 감정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몇 년에 한 번, 많아야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노래방 가는 정도의 외출도

아내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낮에 낚시를 가거나 캠핑을 다녀오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밤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건

“결혼한 남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됩니다.


몇 달 전,

오랜만에 나간 술자리에서

결혼 훨씬 전에 알던 누나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20년 만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고,

아내의 전화를 받는 순간

그 누나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렸습니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그 장면 자체가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은 것 같습니다.


아내는

제 어머니에게까지 연락을 했고,

저는 어느 순간

설명할수록 더 잘못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집은

편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심문받는 공간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말합니다.


집에서는 술을 마셔도 되지만,

밖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약속하라고 합니다.

어기면 대가가 있다고도 합니다.


그 마음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아내는 한국에 가족을 두고

저 하나 믿고 멀리 타국까지 온 사람입니다.


감정을 많이 표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안에 외로움이 전혀 없다고는

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아내가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남편이 아니라

통제받는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더 힘든 건

아내가 밖에서 저를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아내는

제가 하지 않은 일까지 만들어

제가 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준비한 선물도

제가 한 것처럼 말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남편을 자랑하고 싶어서”


그래서 저는

아내 친구들 사이에서


“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남편”

“주변에서는 늘 좋은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


이런 이미지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안의 저는


숨이 막힌 사람입니다.


밖에서는

평판 좋은 남편.


집 안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사람.


이 간극 속에서

저는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분명

저를 사랑하는 사람일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랑 안에는

불안도 있고,

체면도 있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이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이도 없습니다.


결혼 당시

서로 바쁜 상황이라

아이를 갖지 않는 쪽으로 이야기했고,

그 선택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이

저희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더 고립되게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요즘

이상한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게 아니라,


“누군가와 숨 쉬고 싶다”


가상의 존재와라도 대화하고 싶고,

상상 속에서라도

누군가와 편하게 있고 싶습니다.


이게

이미 마음이 떠난 걸까요.


아니면

그만큼 오래 버틴 결과일까요.


저는 지금

사랑이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그냥

사람답게 숨 쉴 틈이 필요한 걸까요.


-결혼 17년 차, 숨이 막히는 남편


작가의 답장


<이건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버티기의 한계입니다>


이 편지를 읽으며

저는 한 가지를 분명히 느꼈습니다.


이건

사랑이 시작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버티다가

한계에 도달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직 아무도 만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마음이 무너질 만큼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사연의 핵심은

“하면 안 되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시작되기 직전의 결혼 상태”입니다.


당신의 결혼은

처음부터 감정보다 바카라임이 앞섰습니다.


그 결혼은

틀렸던 결혼이라기보다,


“참고 유지해 온 결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구조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지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아내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신뢰가 아니라

확인과 통제의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에게 이 결혼은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멀리 있고,

삶의 중심은 당신 하나에 집중되어 있고,


그 안에서 불안은

사랑보다 더 크게 작동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붙잡는 방식이

점점 더 강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그 결과입니다.


그 사랑은

당신에게

“안정”이 아니라


“압박”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남편이 아니라


“관리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이 결혼에는


“보여지는 것”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좋은 남편

모범적인 가정

흠 없는 관계


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실제 감정이 눌리고 있다면,


그 결혼은 이미

내부에서 균열이 시작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이 원하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숨입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말을 드리겠습니다.


이 상태를 계속 두면

당신은 결국


“누군가”를 찾게 됩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생존 반응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신이 말한 것처럼


아내는

부부 상담 자체를

“실패”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상담”이 아니라

“내 상태”를 말하는 것.


“나는 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

집에서도 숨이 막힌다”


“나는 잘못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다”


이건 주장도, 반박도 아닙니다.


생존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했던 말


“사라지고 싶다”


이건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은

결혼 생활을 고민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먼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상태입니다.


사랑은

그다음입니다.



여러분께 묻습니다


결혼 17년 차.


겉으로는 안정된 부부.

밖에서는 좋은 남편.


하지만 집에서는

숨이 막히는 사람.


이 남자는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미 마음은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1. 아직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 구조의 문제다

2. 이미 마음은 집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3. 통제받는 관계는 결국 다른 감정을 부른다

4. 배우자의 불안도 이해되지만, 지금 방식은 지나치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사랑은 언제 시작될까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일까요?

아니면

지금의 관계 안에서 더는 숨 쉴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부터일까요?


또 하나 묻겠습니다.


“좋은 남편으로 보이는 것”과

“행복한 남편으로 사는 것”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리고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랑이 아니라

“살기 위해 누군가를 찾게 되는 순간”


그건

잘못일까요,


아니면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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