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러닝 동호회에서, 한때 저를 망가뜨렸던 사람을 다시 만났습니다

by유혜성

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러닝 동호회에서, 한때 저를 망가뜨렸던 사람을 다시 만났습니다>


작가님께.


최근에

러닝 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운동이 하고 싶었습니다.


몸이 무거워져서였는지,

마음이 답답해서였는지,

어느 쪽이 더 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뛰어보니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아침 공기 속에서 숨을 고르고,

사람들과 함께 뛰고,

끝나고 나면 다 같이 온라인카지노를 먹거나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 분위기가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건강한 취미를 갖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를 만났습니다.


정확히는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한때 제가 아주 깊게 사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크게 다치게 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오래전

좋아했고, 사귀었고,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처음엔

뜨거운 연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연애는

사랑이라기보다 소모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는 신뢰를 자주 깨는 사람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했고,

연애 중에도

다른 여자 문제로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제가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그 선을 넘곤 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지만,

좋아하는 만큼

많이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헤어졌습니다.


정확히는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멀어졌습니다.


그 후

제게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이미 끝난 관계인데도

저를 놓지 않았고,

질투를 했고,

갑자기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헤어진 뒤에야

매달리는 사람.


그런데

그 매달림이 사랑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자기 걸 빼앗긴 사람처럼 행동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는

다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가 결혼했습니다.


그의 카지노톡 프로필에서

웨딩 사진을 봤습니다.


그 사진 속 신부가

저와 조금 닮아 보였습니다.


그 순간

기분이 묘했습니다.


“나랑 비슷한 사람과 결혼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그에 대한 정이 거의 다 떨어진 상태였는데도

참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조금 찝찝했습니다.


“처음부터 나한테 잘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였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저도 결혼했습니다.


그는

제 삶에서

완전히 지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남편과 외식하러 간 식당에서

그를 봤습니다.


그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식당이

그가 살던 곳과는 꽤 먼 곳이었다는 점입니다.


왜 여기 있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도

분명히 저를 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그 일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러닝 동호회에서

그를 봤습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심장이 먼저 알아봤습니다.


정말 우연일까.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는

저와 완전히 반대편 지역에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여기일까.


더 불편한 건

그가 예전에

제 이메일을 해킹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은 컴퓨터와 보안 쪽 일을 하는 사람이고,

마음만 먹으면

제가 어디 사는지, 뭘 하는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일 이후

저는 한동안

그 사람을 진심으로 무서워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를 다시 보면

가슴이 먼저 조여옵니다.


그런데도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척

같은 공간에 서 있어야 합니다.


동호회니까요.


같이 뛰고,

같이 숨 쉬고,

같이 인사를 나누고,

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

그가 들어와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온라인카지노 모임에도 끼기 시작했습니다.


러닝이 끝나면

몇몇이 자연스럽게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는데,

그도 그 자리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너무 불편합니다.


그가 대놓고

아는 척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저를 따로 부르지도 않고,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고,

추파를 던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더 애매합니다.


정말 우연인지,

아니면 알고 들어온 건지.


제가 예민한 건지,

아니면

불안을 느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그러다 어느 날

그가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사귀던 시절,

그만 부르던 별명이었습니다.


집에서만 불리던 이름,

그가 유난히 좋아하던 이름.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새로운 감정은 없습니다.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관심도, 미련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의도가 너무 궁금합니다.


왜 여기 있을까.


왜 지금일까.


정말 아무 뜻이 없는 걸까.


아니면

여전히

저를 한 번씩 건드려보고 싶은 걸까.


러닝은

마음 편하게 하려고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건강해지려고,

가볍게 뛰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그가 있을까 봐

먼저 긴장하게 됩니다.


이걸

그만둬야 할까요.


아니면

제가 너무 많은 의미를 두는 걸까요.


그에게

왜 여기 있냐고,

정말 우연이냐고

물어봐야 할까요.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한 걸까요.


괜히 물었다가

제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것도 두렵습니다.


작가님,


끝난 관계가

이렇게 다시 나타났을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시하는 게 맞을까요.

거리 두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불편하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할까요.


저는 지금

뛰고 싶은데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30대 후반,

운동보다 불안을 먼저 배우고 있는 여자


작가의 답장


<이건 다시 시작된 사랑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불안’ 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사연을 읽으면서

저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마주친 감정의 잔상”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관계는

지금 다시 시작된 게 아닙니다.


이미 한 번

깊게 지나갔던 관계이고,


그 안에는

사랑뿐 아니라

상처와 불안, 그리고 두려움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그 사람에 대한 감정보다


“그때의 나”에 대한 반응에 가깝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다시 좋아하게 된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무너졌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더 불편한 겁니다.


만약 그 사람이

좋았던 기억만 남은 사람이었다면


이건

설렘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몸이 먼저 긴장하고,

머리가 먼저 경계합니다.


그건 감정이 아니라

기억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의 태도입니다.


그는

대놓고 다가오지도 않고,

완전히 모른 척하지도 않습니다.


가끔씩

선을 건드리는 방식.


그건

아주 애매한 위치입니다.


그래서 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당신이 헷갈리는 이유도 그겁니다.


“정말 아무 뜻이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이 정도 선을 유지하는 건지”


그 경계가

너무 흐릿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의 의도가 아닙니다.


당신의 기준입니다.


지금 이 상황은


그 사람이

당신을 다시 좋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이 사람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미 당신은

한 번

이 사람 때문에 무너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몸이 먼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질문을 바꿔드리고 싶습니다.


“그가 왜 여기 있냐”가 아니라


“나는 이 상황을 편하게 견딜 수 있느냐”


그게 기준입니다.


만약

이 공간이 계속 불편해진다면


그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이미 당신에게

그 관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감정은


가볍게 넘겨도 되는 신호는 아닙니다.


무시한다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계속 남아서

당신을 긴장하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확인”이 아니라


“거리”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편안해지는 쪽으로.


그게

지금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여러분께 묻습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과거에

자신을 힘들게 했던 남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완전히 끊어진 줄 알았던 관계입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게


같은 동호회,

같은 공간,

같은 일상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남자는


다가오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습니다.


가끔씩

선을 건드리는 말만 남깁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1. 정말 우연일 수 있다 (여자가 예민한 것)

2. 우연이지만, 남자가 일부러 선을 건드리고 있다

3. 이미 한 번 집착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의도된 접근일 가능성이 있다

4. 의도가 뭐든 간에, 여자가 거리를 두는 게 맞다


그리고 하나 더 묻겠습니다.


끝난 관계의 사람이


다시

내 일상 안으로 들어왔을 때,


우리는


무시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할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나 혼자 계속 신경이 쓰이고

불편한 상태.


이건


내가 예민한 걸까요,


아니면


이미 위험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https://www.threads.com/@comet_you_​

https://fishingproductfr.com/@doolly220/539​

<하면 안 되는 사랑>

역사 인물 편 시즌 2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온라인카지노와 함께 밀리의 서재에서도 동시에 연재하게 되었어요.


밀리의 서재에서는

노란 버튼 ‘밀어주리’가

작가를 응원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한 번씩 꾹 눌러주시며 응원 부탁드릴게요.


밀리의 서재에서 연재 중이신 작가님들도

알려주시면 저도 찾아가겠습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millie.co.kr/v4/millieRoad/36133/13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