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이었는데… 같은 아파트에서 계속 마주칩니다
작가님께.
이 사연,
욕먹을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디엔가 말하고 싶어서 보냅니다.
정신 차리라고 하셔도 되고,
이해된다고 하셔도 됩니다.
그냥
이 감정을 한 번 꺼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결혼한 여자입니다.
아이도 있습니다.
그날은
아이 엄마들 모임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늘 나이트클럽 한 번 가볼래요?”
웃으면서 시작한 말이었는데
정말 가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맡기고,
남편에게는 엄마들 모임이라고 말하고 나갔습니다.
그날
저는 오랜만에
여자로서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를 만났고,
그날 밤을 함께 보냈습니다.
솔직히
후회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건 그냥
한 번쯤 가슴에 묻어둘 기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마음이 조금 편했습니다.
다시는 볼 일 없는 사람.
그래서 더 가볍게
그날 밤을 하나의 로맨스로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였습니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가 서 있었습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그는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9층,
저는 15층.
그 순간
그날 밤이
한꺼번에 현실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는
서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너무 놀라서
그냥 고개만 잠깐 숙였고,
엘리베이터에는 다른 사람도 있어서
인사 아닌 인사만 한 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게 됐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과
아이들 등교 시간이
묘하게 비슷하게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끼리
계속 모른 척하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짧게,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들처럼.
그러다 보니
그의 아내와도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고
살다 보면 자연히 마주치게 되니까요.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엄마들 모임 끼워주실래요?”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거절하지 못했고,
그냥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아,
앞으로 더 자주 보겠구나.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자연스럽게 가족끼리 밥을 먹는 자리까지 생겼습니다.
아이들끼리 친해지고,
엄마들끼리 모이고,
그러다 보니
“다 같이 한 번 식사할까요?”
그렇게 된 겁니다.
그날
남편도 있고,
그의 아내도 있고,
아이들도 다 같이 있는데
저는
그날 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너무 평범한 가족 식사 자리인데
저 혼자만
다른 장면 하나를 더 알고 있는 느낌.
그게
조금 묘했고,
조금 웃기기도 했고,
조금… 살아 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영화 같다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이게 현실이라니.
그는 여전히 정중합니다.
그날 밤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고,
선을 넘지도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입니다.
앞으로도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둘만 남는 순간,
또는 가족 모임에서 마주 앉아 있을 때
그날 밤이 잠깐씩 떠오릅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이 감정을
굳이 없애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 정도는 가지고 살아도 되는 건지.
솔직히 말하면
이 감정이 싫지는 않습니다.
불편하지만,
완전히 불편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냥
살면서 이런 감정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더 이상 무슨 일이 생기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도
저도
지금은 그냥 정중한 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끔은
언젠가 둘만 잠깐 대화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정말 별말 아닌,
“그날 이후 좀 놀랐죠”
그 정도의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가끔 생각합니다.
제가 먼저
“가족 모임 불편하면 안 나와도 돼요”
이렇게 말해볼까.
그런데
그 말을 꺼내는 순간
괜히 더 가까워질까 봐
그것도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두고 있습니다.
이 상태 그대로.
이게
괜찮은 걸까요.
-40대
아무 일도 없지만 마음은 남아 있는 여자
이 사연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이미 끝난 일입니다.
지금은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 사람 모두
선을 지키고 있고,
그 선을 넘으려는 움직임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관계는
관계라기보다
상황에 가깝습니다.
남아 있는 건
감정입니다.
그 감정은
그 사람 때문이라기보다
그날의 경험,
그날의 공기,
그날의 자신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래서 이건
다시 시작된 사랑도 아니고,
진행 중인 관계도 아닙니다.
그저
지나간 장면이
가끔 떠오르는 상태,
그 정도입니다.
다만 이 사연이 단순하지 않은 이유는
그 장면이
현실 안으로 들어와 버렸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
아이 학교로 연결되고,
배우자와도 인사를 하고,
심지어 가족끼리 밥까지 먹게 되는 순간
그날의 기억은 더 선명해집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은
사람을 다시 좋아하고 있다기보다
그 장면이 계속 현재형으로 남아 있는 겁니다.
그게
조금 설레고,
조금 묘하고,
조금 살아 있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거겠지요.
그 감정 자체를
억지로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에 의미를 더 보태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감정을 키우지 않는 것,
그리고
이 감정이 현실보다 커지지 않게 두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직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태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람의 감정은 늘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니 이건
없애야 할 감정도 아니고,
믿어도 되는 감정도 아닙니다.
그냥
조심해서 두어야 하는 감정입니다.
그 정도가
지금은 가장 정확한 답일 겁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하룻밤의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같은 아파트로 이사 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계속 마주치고,
아이 학교로 연결되고,
배우자와도 인사를 하고,
가족 식사 자리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둘은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감정은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1. 이미 끝난 일이다. 그냥 지나가는 감정이다
2. 행동이 없으면 괜찮다.
3. 지금은 괜찮지만 계속 두면 위험해질 수 있다
4. 이런 감정도 삶의 일부로 가져갈 수 있다
이미 끝난 장면이
현실로 다시 들어왔을 때,
그 감정은
그냥 두고 살아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더 멀리해야 하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계속 마음에 남는 감정.
여러분은
괜찮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이미 시작된 신호라고 보십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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