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차를 빌려서 대표님 댁으로 향했다.
“팀장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계속 눈에 밟히는데 어떻게 해?”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이 집의 터줏대감 두 마리의 앙칼진 목소리였다. 나머지 한 마리의 목소리는 역시 들리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을 통과한 뒤, 돌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바로 그 하얀 개가 보였다. 한 걸음, 두 걸음 그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이 반짝거렸다. 검은 눈동자 밑으로 흰자가 또렷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던 눈 같았다.
“잘 지냈니?”
그가 귀를 바짝 내리고 꼬리를 천천히 살랑살랑 흔들었다. 코를 킁킁거리다가 말고 주춤하더니 다시 내 신발 냄새를 맡았다.
“이 아이 이름을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노을 아래 오른쪽 눈 옆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콧잔등과 귀도 그랬다.
“꽃잎이 어때?”
“꽃잎이 예쁜데요.”
전주인이 꽃잎이와 함께 가지고 왔다던 집과, 그날 밤에 쓸 샴푸와 사료를 빌려서 챙겼다. 그리고 목줄을 채웠다. 3kg이었던 미니에게 목줄을 채워 본 적은 없었다. 그냥 집 앞에 내려놓고 잠깐 걷게 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미니의 두 배쯤 돼 보였지만 그래도 내 팔목만 한 목에 줄을 채우려니 조심스러웠다. 줄을 당기면 왠지 아파할 것 같았다.
어느덧 깜깜해져 있었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차 문을 여는데 꽃잎이가 점프해서 나보다 앞서 들어갔다.
“팀장님. 꽃잎이가 좋아하는 거 같은데요?”
“그렇지. 다행이다. 너무 예뻐. 그나저나 걱정이야.”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 아파트 현관까지 와서 키패드에 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자, 이번에도 나보다 먼저 쏘옥 들어갔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왜인지 뭉클하기도 했다.
우선 꽃잎이를 먼저 씻기기로 했다. 밝은 곳에서 꽃잎이의 몸을 찬찬히 살폈다. 피부는 군데군데 헐어있었고, 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발가락 사이사이도 부어있었고, 긁은 상처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꽃잎아, 원래부터 이랬던 거야 아니면 여기서 지낸 며칠 동안 이렇게 된 거야?”
아무런 대답이 없을 줄 알았지만, 속이 상해서 그냥 한 번 물어보았다. 똥구멍이 아려 왔다. 예전부터 누군가의 아픔이 느껴질 때면 그곳이 아려 왔다.
“내일 우선 병원에 가야겠어. 이곳에는 병원이 없어서 아프면 안 돼. 차 타고 한참을 가야 한단 말이야. 일단 내일은 아까 만난 아저씨한테 또 부탁해 보자.”
직원한테 또 부탁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꽃잎이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며 살살 닦아 내려갔다. 꽃잎이는 목욕하는 내내 가만히 몸을 맡겼다.
“우리 꽃잎이 두더지 잡던 강아지 맞아요? 아이, 예쁘네. 아이 얌전하네.”
한껏 올라간 목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목욕을 마친 뒤 전 주인이 가지고 왔다던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서 내 머리맡에 놔주었다. 파란색 지붕의 플라스틱 집이었다. 꽃잎이는 가만히 서 있을 뿐 한참 동안 기다려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불을 끄고 누웠다. 아닌 척하며 귀를 바짝 세우고 꽃잎이의 동태를 살폈다.
잠시 후 꽃잎이가 내 팔로 쓱 들어오더니 팔베개를 했다. 샴푸 냄새와 살냄새가 섞인 내음에 졸음이 쏟아졌다. 꽃잎이도 편안한 듯 혀를 몇 번 쩝쩝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메아리 소리를 내본 지 2년 만에 느껴보는 온기였다. 따스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