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떡을 가지고 갔을까

어릴 때는 보이지 않았던 떡

by사유하는 밥상

식품영양학자가 동화를 읽는 방법 ⑨

제목 : 엄마는 왜 떡을 가지고 갔을까

부제 : 어릴 때는 보이지 않았던 떡


우리 집도 종종 아침을 떡으로 대신한다.

요즘 떡은 참 편하다. 낱개로 개별 포장되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전날 밤 꺼내놓거나, 아침에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데우면 금세 든든한 한 끼가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떡을 간편하게 먹는 시대와 달리, 쌀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떡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명절이나 잔칫날처럼 아주 특별한 날에나 겨우 구경할 수 있는 귀하디 귀한 음식이었다.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해님 달님」에도 떡이 나온다.


엄마는 고개 너머 잔칫집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받은 떡을 들고 분주하게 집으로 향한다. 배고픈 오누이를 위해 어서 가서 먹일 생각에 엄마 맘이 급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러나 호랑이는 절대 떡 하나로 끝내지 않았다. 결국 한 고개 넘고 두 고개 넘으면서 엄마가 고이 가져오던 떡도 다 빼앗겼고, 마침내 엄마도 잡아 먹혔다. 그리고 이걸로 만족하지 않은 호랑이는 집에 남겨진 애들까지 잡아먹을 참이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에게는 튼튼한 동아줄을, 호랑이에게는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어 이 동화는 끝을 맺는다.


어릴 때는 그저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잡혀먹히지 않고, 무사히 나무 위로 올라가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호랑이가 떨어져 죽었다고 했을 때는 '고놈 잘되었다' 하며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나이 들어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내 마음에 쿵 하고 무겁게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와 '떡'이었다.


엄마는 그 떡을 어디에서 얻었을까.

쌀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시절, 특히 일반 백성들에게 쌀은 결코 만만한 곡물이 아니었다.

조선시대의 농업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달랐지만, 밭에서는 조·보리·수수·콩 등 여러 잡곡을 함께 길렀고 쌀은 여전히 중요한 곡물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흰쌀밥조차 특별한 날에나 겨우 맛볼 수 있었던 시대에, 쌀을 가루로 빻아 찌고 치대어 만드는 떡은 더욱 귀하고 특별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런 떡을, 엄마는 하루 종일 부잣집의 고된 부엌일을 해주고 품삯으로 받았다.

집에서 하루 종일 굶으며 엄마만 기다리고 있을 어린 오누이를 생각하며, 엄마는 밤길을 걸어오는 내내 오직 떡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이걸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루 종일 일해 온몸이 부서질 듯 지쳤을 테지만, 자식에게 떡을 먹일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 몇 고개나 되는 산길을 넘으면서도 피곤함조차 느끼지 못했을 터이다.

그런데 그 떡을 빼앗긴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가 빼앗아 먹은 것은 단순한 떡이 아니었다.

엄마의 하루종일 일해서 얻은, 아이들을 위한 한 끼였다.

그렇기에 어른의 눈으로 읽는 이 동화는 너무나 애달프고 더욱 비통하게 다가온다.


어릴 적 이 동화를 읽을 때는 해님과 달님이 주인공이었다. 아이들이 잡힐까 봐 간절히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함께 기도했다. 그러나 엄마가 된 지금, 이제는 아이들보다 엄마가 먼저 보인다.

하루 종일 일했을 엄마의 고단함이 보이고, 아이들에게 달려가며 가슴 벅찼을 엄마의 설렘이 보이며, 송두리째 모든 것을 빼앗긴 엄마의 애통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엄마도 없이 홀로 남겨졌을 그 오누이가 그 후 어떻게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냈을지, 아린 마음까지 더해진다.


나이가 들면 같은 바카라을 다시 읽어도 전혀 다른 것이 보인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보다.

이 이야기를 다시 읽고 나니 오늘따라 나를 키워주신 나의 엄마가 생각난다. 우리 엄마도 그렇게 급한 마음으로 일생을 나를 위해 달려오셨을 텐데,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 설레셨을 것이다.

그리고 이젠 엄마가 되어서 나도 그 마음이 되어 우리 딸들을 생각해본다.

뿐만 아니라 자식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쩌면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속에는, 그때의 어린 우리가 차마 보지 못했던 어른들의 눈물겨운 삶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주는 깊이만큼, 보이는 것들도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호랑이와 떡 해님달님.pngImage Created by ChatGPT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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