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왜 곶감을 무서워했을까

시간이 만든 가장 달콤한 간식

by사유하는 밥상

식품영양학자가 동화를 읽는 방법 ⑩

제목 : 호랑이는 왜 곶감을 무서워했을까

부제 : 시간이 만든 가장 달콤한 간식


김태리 주연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고단한 도시 삶에 지친 청춘이 시골 고향 집으로 내려와, 사계절 동안 직접 농사를 짓고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힐링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곶감을 만드는 과정이 나온다. 주인공이 가을에 딴 감의 껍질을 깎아 실이나 줄에 꿰어 처마 밑에 조롱조롱 매달아 두고, 매일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져주며 겨우내 곶감이 익기를 기다리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런 대사와 함께 더욱 마음에 울림과 위로를 준다.


“겨울이 깊어지고 추위가 매서워질수록 곶감은 달고 말랑해진다.

곶감이 맛있어졌다는 건 겨울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곶감은 사람이 억지로 불을 쬐어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깊고 진한 단맛을 낸다.


우리가 어릴 때 읽던 전래동화 「호랑이와 곶감」에서는 굶주린 호랑이가 깊은 밤, 마을로 내려온다.

집 안에서는 아이가 악을 쓰며 울고 있었고, 어머니는 아이를 달래며 “호랑이가 온다”, “늑대가 온다” 해보아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에이, 여기 곶감 봐라”

하고 말하니 아이가 거짓말처럼 울음을 뚝 그쳤다.


이를 문밖에서 몰래 듣던 호랑이는 자기보다 더 무섭고 강력한 ‘곶감’이라는 놈이 나타난 줄 알고 혼비백산 줄행랑을 친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줄 알았던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운 존재로 착각해 도망치는 과정이 어릴 적엔 참 바보 같고 웃기기만 했던 동화다.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이란 뜻의 곶감은 생감을 가공한 말린 음식이다.

처음 처마 끝에 매다는 감은 달콤한 홍시나 단감이 아니라, 아직 익지 않아 단단하고 떫은 맛을 내는 '땡감'이다.

그러나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서 가을을 나고 매서운 겨울을 견디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당분이 농축되며 단맛이 강해진다. 떫은 맛도 줄어들어 마침내 우리가 아는 달콤하고 쫀득한 곳감이 된다.오죽하면 ‘곶감 빼먹듯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까. 일상에서 '남모르게 이익이나 재물을 하나씩 빼먹는 행위'를 비유할 때 쓰이는 이 속담은, 곶감이 너무나 달콤해서 하나씩 야금야금 빼내어 먹다가 결국 다 없애버릴 만큼 유혹을 견디기 어려운 맛이었음을 증명한다.


그러니 기나긴 겨울밤, 출출함과 배고픔에 찡얼대던 아이에게 곶감만큼 완벽하고 달콤한 간식은 없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곶감은 호랑이 따위의 공포를 단번에 잊게 만들 만큼 강렬한 즐거움이었던 셈이다.


전래동화가 주는 해학도 돋보인다. 보통 전통 설화나 민담은 백성을 괴롭히는 탐욕스러운 지배층이나 무능한 관리를 골탕 먹이는 상징을 담고 있다. 보잘것없는 곶감 한 알에 벌벌 떨며 도망치는 호랑이를 통해 절대 권력을 향한 민중의 통쾌한 비웃음을 던져주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 우화에 '곶감'을 끌어다 놓은 옛사람들의 상상력이 훨씬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떫고 딱딱해서 도저히 그냥은 먹을 수 없던 땡감을 오랫동안 바람과 추위에 말려 가장 달콤한 음식으로 재탄생시킨 지혜. 곶감은 그 자체로 '가장 가혹하고 추운 시간을 견뎌낸 결실'이다.


우리 인생 역시 때로는 떫고 딱딱한 계절을 지난다. 하지만 그 매서운 겨울의 시간을 가만히 견뎌내고 나면, 우리 안의 떫은맛은 사라지고 비로소 가장 깊고 진한 단맛이 완성될 것이다. 호랑이조차 넘볼 수 없는, 가장 강력하고 달콤한 곶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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