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있는 사람은?

by최미혜

내가 지금 근무하는 도서관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한 분이 있다. 여든의 연세에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주차 관리를 하시는 경비 선생님이다.

내가 이 도서관으로 발령받은 것은 작년 11월이었다. 이번 공공도서관은 학교 안에 자리한 학교복합화시설이라 늘 주차 공간이 부족했다. 처음 발령을 받고서는 “여기는 주차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평소보다 한 시간씩 일찍 출근했다. 내가 도착할 때쯤이면 주차장은 아직 한산했고, 자연스럽게 주차를 관리하시는 선생님과 마주칠 일도 별로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 가는 아이의 준비물을 찾아주느라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도착해 보니 듣던 대로였다.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빼곡했고, 남은 자리는 도서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 한자리뿐이었다.

겨우 자리를 찾아 차를 넣으려는데 저 멀리서 머리가 새하얀 할아버지 한 분이 손짓을 하며 다가오셨다.

“거기 그렇게 대면 안 돼! 한쪽으로 붙여야지. 다시 빼!”

차를 다시 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내 차를 두 손으로 툭툭 두드리며 또 말씀하셨다.

“다시 빼라고! 말귀를 못 알아들어? 답답하네.”

나도 순간 욱했다.

“아니, 선생님. 빼서 다시 하잖아요. 그런데 왜 자꾸 차를 두드리세요?”

그러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운전을 이렇게 못해서야. 누구야?”

그 뒤로도 잔소리는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는다. 너무 당황해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던 기분만 선명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는데도 선생님의 말씀은 끝나지 않았다. 속이 상한 나는 그대로 돌아서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잠시 후 다른 경비 선생님에게서 더 서러운 말까지 들었다.

“아니, 새로 부임한 과장이라는 사람이 인사도 없이 쌩 가버리고. 아주 사람이 못됐어.”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억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다. 그런데 동료들은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새로 오면 원래 좀 그래요. 저도 처음에는 엄청 혼났어요.”

나는 이상하게도 누군가와 껄끄러운 채로 지내는 것을 잘 못한다. 하루 종일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결국 퇴근 무렵 박카스와 두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 정문 옆 경비초소를 찾아갔다.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아니, 과장이라는 사람이 왜 그래? 아까 도와주려고 그렇게 소리를 질렀는데 삐쳐서 그냥 가버리데.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순간 나도 따지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눈앞의 선생님을 바라보니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 하루 종일 밖에서 주차장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나는 준비해 간 간식 꾸러미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오해세요. 아까는 죄송했어요. 자꾸 차를 두드리셔서 저도 모르게 화가 좀 났어요. 노여움 푸세요. 저희 아버지 같으신데 제가 그러고 가서 마음이 계속 안 좋았어요.”

내 성격답게 조금은 소심하고 어설픈 사과였다.

그런데 선생님의 마음도 금세 풀렸다.


“아니, 이런 거 하지 마. 여기는 그렇게 안 하면 안 돼. 자리가 없어서 내가 얼마나 힘든데.”

그날 우리는 극적인 화해라고 하기에는 조금 싱겁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하기에는 꽤 특별한 화해를 했다.

그 뒤로 선생님은 내가 멀리서 지나가기만 해도 먼저 손을 들어 인사해 주셨다. 나도 어느새 선생님을 보면 반갑게 인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섭고 까다로운 할아버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분이 왜 그렇게 주차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는지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늘 복잡한 주차장이었지만, 빈자리 하나까지 일일이 살피고 안내하며 세심하게 관리해 온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기울인 꾸준한 관심과 수고가 주차장의 안전을 지켜온 셈이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잠깐 밖에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였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늘 그 자리에 계셨다. 여든의 나이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오가며 차 한 대, 한 대를 살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손짓하고, 주차선을 맞추고,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가끔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일을 저토록 열심히 해본 적이 있었을까.

사람들은 흔히 멋있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대단한 성공을 이룬 사람이나 화려한 일을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은 조금 다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대충 넘기지 않는 사람.

몸이 힘들어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작은 일이라 여겨지는 것에도 자신의 온 힘을 다하는 사람.

우리 도서관의 주차장을 지키는 선생님이 내게는 그런 사람이다.


물론 지금도 가끔 목소리가 크시다. 주차를 잘못한 차를 보면 여전히 멀리서부터 손짓을 하며 달려오신다. 아마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무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목소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안다.

‘내가 맡은 곳은 내가 제대로 지켜야 한다.’

그 고집이 있다는 것을.

여든의 여름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온몸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

그리고 오늘도 그분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내가 맡은 일을 저토록 진심으로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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