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줄어드는 나이에 접어들어

by최미혜

젊은 날의 관계는 늘 허기와 닮아 있었다. 모나고 뾰족한 말이 가슴에 날아와 꽂힐 때마다 마음에 작고 곪은 구멍들이 뚫렸지만, 나는 그 통증을 외면하려 애썼다.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아득한 두려움이, 누군가 나를 찾아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족하다는 착각을 만들었다.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상대의 비위를 맞추며, 헐거운 인연의 끈을 꾸역꾸역 손에 쥐고 버텼던 시간들. 그것이 어울림인 줄 알았고, 그것이 어른의 관계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은 부지런히 흘러 마침내 내게 정직한 눈을 선물했다. 눈꺼풀을 덮고 있던 서글픈 욕심을 걷어내자, 비로소 사람이 보이고 내 마음에 든 멍 자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운 말을 버릇처럼 뱉어내던 이들과 자연스레 멀어진 것은, 내가 외톨이가 되어서가 아니었다. 마침내 나를 지킬 줄 아는 현명한 안목이 내 삶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곁에 남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쓸쓸한 퇴장이 아니라, 내 삶의 뜰을 어지럽히던 잡목을 솎아내고 진실한 나무만을 남기는 정갈한 가꾸기였다.


이제야 알게 된다. 진정한 친구란 모름지기 서로에게 아부할 필요도, 어떠한 목적이나 계산으로 서로를 소환할 필요도 없는 존재라는 것을. 굳이 며칠 전부터 약속을 도모하지 않아도, 오랜 침묵 끝에 만나 언덕길을 함께 걸어도 아무런 이질감이 없는 ‘약속되지 않은 편안함’이야말로 관계의 정점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의 결을 비로소 깊이 이해해 가는 과정이며, 타인의 그늘을 섣부르게 탐하지 않는 지혜를 얻는 일이다. 타인의 뾰족함에 더 이상 내 마음을 내어주어 상처받지 않고, 나 역시 누구에게도 무거운 짐이나 상처가 되지 않는 관계.

아무런 파도도 일지 않는 수면처럼, 마침내 도달한 이 ‘심각하게 편안한 관계’ 속에서 내 삶은 비로소 아늑하게 빛나기 시작할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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