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by최미혜

처음 글을 쓸 때 되었을 때는 조금 웃긴 기대를 했다.

이제 인세는 어떻게 해야 하지?
세금은 얼마를 떼야 하나?
남편 차를 새로 장만해도 되려나?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금세 부자가 된 사람처럼 마음이 부풀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인세는커녕 좋아요 하나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으니 팔로우가 뭔지도 잘 몰랐다.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의 글을 찾아 읽고, 또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가는지도 알지 못했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내가 사랑하는 글만 쓰면 되는 줄 알았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밤새 마음을 다해 쓴 글을 올리고 나면 누군가는 읽어주겠지, 누군가는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글은 생각보다 쉽게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졌다.

온라인카지노에 올리는 순간, 바카라을 쓰는 순간, 애써 한 자 한 자 붙잡아 놓은 문장들이 산산이 흩어지는 것 같았다.

아깝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썼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게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처음 온라인카지노북으로 시작할 때는 편집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글을 올렸다. 그러고 나서는 이 글은 어디에 두어야 하나, 바카라은 어떻게 만드는 건가, 한참을 찾아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작가라기보다 온라인카지노 유목민에 가까웠다.

쓸 곳을 찾아 헤매고, 읽힐 곳을 찾아 헤매고, 내 글이 머물 자리를 찾아 헤매고.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헤매면서도 나는 계속 온라인카지노에 들어왔다.

집안일을 대충 정리하고 시간이 조금 남으면 또 들어왔다. 운전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핸드폰에 적어두고, 여행을 하다가 마음에 걸린 장면을 메모해두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생각들도 글을 쓰려고 하면 자꾸만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카지노는 내게 다른 의미가 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곳이 아니라,
내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곳.

잊어버릴까 봐 붙잡아두고 싶은 생각들을 적어놓는 곳.

내가 지나온 하루를 돌아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곳.

어느새 온라인카지노는 내 마음의 작은 고향 같은 곳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는 않아도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

이제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맞춤법을 고치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도 한 편은 써야지.'

처음에는 인세를 생각했고,좋아요를 생각했고,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읽히면 좋고,좋아요를 받으면 더 좋지만,
그게 아니어도 쓰게 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글을 쓰는 일이 이렇게 오래 나를 붙잡을 줄은 몰랐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건 문장을 잘 만드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그냥 흘려보낼 뻔한 마음을 붙잡아두는 일.

지나간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일.

그러니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나를 잘 써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한 편을 쓴다.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의 내가,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도록.

그리고 언젠가 이 글들을 다시 꺼내 보았을 때

'아, 그때 나는 이렇게 살았구나.'

하고 웃을 수 있도록 꾸준히 써야겠다.

내가 나를 잊지 않기 위해. 잃혀지지 않기 위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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