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

by부지러너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비로소 긴 시험이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된 입시 준비는 재수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공부했고,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다시 공부했다.

부모님이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만족스러웠다. 마침내 대학생이 되었고, 이제는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첫해의 대학 생활은 꿈만 같았다.

새로운 친구와 선후배를 만나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처음으로 연애도 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해외로 월드컵을 보러 가기도 했다. 비슷한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공부해 온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과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좋은 대학에 간다는 것은 좋은 수업을 듣는 일만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세상을 넓혀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은 늘 바빴다.

재수로 1년이 늦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대학 생활을 마음껏 즐길 때도 공부를 놓을 수 없었다.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있었다.

그렇게 보낸 1학년 첫 학기에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생활을 통틀어 가장 학점이 높았던 시기 역시 그때였다.


1학년 때는 경기도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했다. 편도 두 시간, 하루 왕복 네 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첫 학기 성적이 좋았던 덕분인지 부모님도 학교 근처에서 생활하는 데 동의하셨고, 2학기부터 기숙사에 들어갔다.

하루에 네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만큼 자유도 늘어났다.

친구들과 더 오래 어울릴 수 있었고,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었다. 누가 정해준 시간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일들로 하루를 채울 수 있었다.

공대생이었지만 1학년 때는 교양과 기초 과목이 많았다. 관심이 가는 경영대 수업도 들었다. 전공의 경계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배우는 일이 즐거웠다.

어쩌면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었던 시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학년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본격적인 전공 수업이 시작되자 익숙한 좌절감이 다시 찾아왔다.

과학고 입시를 준비할 때 한 번, 외고에서 이과 공부와 수능을 준비할 때 또 한 번 느꼈던 감정이었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공부가 잘 맞는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오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었다.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돌아보면 대학 초반의 2년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 중 하나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처음 해보는 일들에 설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자유로웠던 시절에도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했다.

남들보다 1년 늦었다는 생각에 공부를 했고, 좋은 성적을 받으면 그 성적을 유지해야 할 것 같았다. 전공에 대한 의문이 생겼지만 당장 다른 길을 선택할 용기는 없었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기로 했다.

먼저 군대에 간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카투사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결국 공군을 선택했다. 복무 기간은 육군보다 길었지만 정기적으로 외박을 나올 수 있었고, 훈련 성적에 따라 특기와 근무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군 입대라는 큰 결정 앞에서도 먼저 경험한 친구들의 정보를 모으고, 가능한 선택지들을 비교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의 첫 장을 덮었다.


자유란 무엇일까.

그때는 부모님의 간섭 없이 시간을 보내고,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으면 자유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조금 다르다.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마음까지 자유롭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았고, 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앞서 나가고 있을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리는 데 익숙했던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오히려 낯설었다.

자유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었을까.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를 누구보다 기쁘게 누렸지만, 그 자유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시간표를 따라 살고 있었다.

학교의 시간표에서는 벗어났지만, 마음속 시간표까지 지우지는 못했던 것이다.


대학생활, 봄날의 기억 콜라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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