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인턴 세 번, 세 개의 세계

by부지러너

스물다섯 살에 처음 온라인 게임인이 되었다.

대학 3학년을 마치고 삼성 계열 플랜트 회사에서 두 달간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4학년쯤 되어야 인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기회였다.

매일 아침 도곡역 근처 사옥으로 출근했다.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이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선배들이 맡겨주는 일을 하며 하루 종일 긴장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다.

밤 9시만 되면 졸음이 쏟아졌다. 아버지가 9시 뉴스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들곤 하셨는데, 그 이유를 스물다섯 살이 되어서야 이해했다.

인턴을 위한 신입사원 교육도 있었다.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온라인 게임인이 되는 미래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두 번째 기회는 뜻밖에 찾아왔다.

교환학생을 앞두고 휴학한 기간에 플랜트산업협회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육이 끝나면 두 달쯤 쉬다가 미국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협회에 미국 뉴저지 법인의 인턴 채용 의뢰가 들어왔다.

지원하고 영어 전화 면접을 본 뒤 합격했다. 불과 2주 만에 비자를 준비해 미국으로 떠났다.

뉴욕 맨해튼에서 허드슨강 하나를 사이에 둔 뉴저지의 종합상사였다.

사무실에는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 네 명과 현지 채용 직원들을 포함해 열다섯 명에서 스무 명 정도가 일했다.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퇴근 시간이었다.

오후 5시가 되면 미국인 직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명절 귀성길처럼 차들이 몰려나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반면 한국에서 온 주재원들은 야근을 하거나 법인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일이 있었다.

같은 건물, 같은 회사에서도 일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었다.

영어로 업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속에서 일하며 글로벌 역량이 왜 중요한지 실감했다.

한국에서만 공부했다면 몰랐을 세상이었다.


세 번째 인턴은 가장 간절했다.

플랜트 회사와 종합상사를 경험했으니, 이번에는 화학공학 전공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유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동안에도 정유사들의 인턴 모집 시기를 확인했다.

한 회사는 채용 일정이 앞당겨져 지원 기회를 놓쳤다.

다른 회사의 인적성검사는 미국에서 기말고사를 마치는 주의 토요일이었다.

미리 문제집을 해외 배송받아 공부했다. 수요일에 기말고사를 끝내고 곧바로 출국해 금요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토요일에 시험을 봤다.

면접 준비도 절실했다.

전공 공부에 자신이 없었기에 먼저 취업을 준비했던 친구들이 정리한 전공 요약본을 반복해서 외웠다.

하루에 영어, 인성, 전공 면접을 모두 봤다.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라 영어 면접에는 자신이 있었다. 인성 면접에서는 겸손하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려 했다.

전공 면접에서는 운 좋게 준비했던 영역의 문제가 나왔다.

면접장에서 틀어주던 사내 방송도 유심히 봤다. 문제를 풀고 난 뒤 방송에서 면접관을 뵈었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작은 부분이었지만 회사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울산 정유공장에서 하계 인턴을 시작했다.


울산에는 스무 명이 넘는 인턴이 있었다.

같은 팀에 배정된 세 명 중 두 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경쟁하는 관계였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정유공장의 엔지니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인턴 마지막에는 맡았던 공정에 대해 발표해야 했다.

공정 도면과 전문 지식을 설명하는 발표였다.

그런데 모두가 예상할 만한 딱딱한 발표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져와 공정의 흐름을 설명했다.

복잡한 공정도 이야기를 입히면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응은 좋았다.

전공 지식을 가장 깊이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배운 것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에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

그리고 최종 정규직 전환에 합격했다.


세 번의 인턴을 거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인턴에게 처음부터 뛰어난 업무 성과를 기대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새로운 환경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는지, 선배들의 일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돕는지,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배우고 기여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돌아보면 세 회사에서 배운 것도 모두 달랐다.

첫 회사에서는 온라인 게임인의 일상을, 두 번째 회사에서는 서로 다른 나라의 근무문화를, 세 번째 회사에서는 전공과 연결된 실제 업무를 경험했다.

무엇보다 전공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해서 회사에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에 예상보다 일찍 취업이 확정되었다.

남은 대학 생활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오랜만에 다음 목표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예상하지 못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 번의 인턴십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세 번의 인턴, 꿈의 최종합격.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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