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Ep.2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출발점이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대기업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누군가는 여러 스타트업을 거쳤다.
같은 직무를 오래 해온 사람도 있고,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입사 시기도, 경력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도 제각각이다.
대기업에서 10년을 근무하다 스타트업으로 옮겨왔을 때 낯설었던 풍경 중 하나였다.
대기업에서는 매년 비슷한 시기에 신입사원들이 들어왔다. 같은 채용 절차를 통과하고, 비슷한 교육을 받은 뒤 각자의 부서로 배치되었다.
입사 동기가 있었고, 연차가 쌓이면 대략 어떤 자리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그려볼 수 있었다.
회사는 사람을 뽑아 가르쳤고, 구성원은 회사 안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는 그런 출발선이 없었다.
대기업의 신입 공채는 잠재력을 평가하는 제도에 가까웠다.
좋은 학교, 학점, 어학 성적, 인적성 검사와 면접은 아직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한 지표였다.
입사 후에는 회사가 교육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 스타트업의 채용은 대부분 경력직 중심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어느 회사를 다녔는지보다 그곳에서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해진다.
물론 대기업도 경력직을 채용하고 스타트업도 신입을 뽑는다. 다만 두 조직이 사람을 바라보는 출발점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대기업이 앞으로 성장할 사람을 선발해 조직 안에서 육성하는 데 익숙하다면, 스타트업은 이미 각자의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익숙하다.
그 차이는 채용 이후에 더 선명해진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될 것처럼 여겨졌다.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승진하며 정년을 맞는 것이 많은 온라인 게임인의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 회사가 개인의 평생을 바카라임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직업과 기술은 빠르게 바뀌고, 회사의 성장 속도와 개인의 성장 속도도 언제나 같지는 않다.
커리어를 이어가는 일은 결국 개인의 몫이 되었다.
스타트업에서 만난 구성원들의 목표도 모두 다르다.
더 큰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특정 분야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 창업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직바카라을 향해 경쟁하지 않는다.
각자가 원하는 미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서로 다른 꿈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조직문화에 관한 글을 쓰면서 '경력사다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
커리어에는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방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한 칸씩 올라갈 단계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사다리를 누가 설계하느냐는 점이다.
회사가 모든 구성원의 미래를 대신 설계할 수는 없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역량을 갖추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결국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리더는 그 과정에서 조언하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회사는 성과에 따른 보상과 새로운 역할을 통해 성장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은 구성원 자신이다.
여기서 회사와 개인의 목표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도 마주하게 된다.
회사는 지금 필요한 일을 해낼 사람을 원하지만, 구성원은 다음 단계로 성장할 기회를 원한다.
회사가 기대하는 역할이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사다리일 수도 있다.
COO로서 고민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돌아보면 대기업에 입사하던 시절에는 회사가 마련해 놓은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하고, 더 큰 바카라임을 맡는 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성장은 반드시 직급이 높아지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는 것, 다른 조직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 역시 성장이다.
좋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좋은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회사의 이름이 개인의 실력을 증명해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자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남는다.
공채가 없는 회사에는 같은 날 출발한 입사 동기들이 없다.
대신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경력사다리를 가져온 사람들이 잠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일한다.
그 사다리들이 서로 기대어 더 높은 곳에 닿을 수 있다면, 회사도 개인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가 평생의 온라인 게임을 보장할 수는 없어도,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다음 선택의 가능성을 넓혀줄 수는 있다.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