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도 무게가 있다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by해루아 healua

월, 수 오전 9시 반. 행정 복지센터의 요가 수업은 칼같이 시작된다.


1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요가선생님의 단호함 덕분에, 나는 매번 축지법을 쓰듯 횡단보도를 내달려 교실로 골인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웬일로 수업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다. 요가 매트 위에서 시원하게 다리를 찢으며 온몸을 풀고 계시던 요가 선생님은 먼저 온 수강생들과 한창 수다를 떨고 계셨다. 새빨간 레드립 사이로 흘러나온 이야기는 뜻밖에도 '다이어트 연대기'였다.



"저 20대 때 78kg까지 살이 쪘었어요. 일하느라 바빠서 나만 몰랐지, 주위에서 수군거리더라고요. 뒤늦게 정신 차리고 3개월 만에 26kg을 빼서 주변 사람들이 다 경악했잖아요."


"네? 선생님, 그게 가능해요? 3개월에 26kg이면 한 달에 거의 9kg씩 빼신 건데요?"


수강생들의 동공이 일제히 흔들렸다. 선생님은 호쾌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가능해요.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죽을 만큼 운동하면 돼요. 아, 근데 조건이 있어요. 그건 20대라 가능했던 무식한 방식입니다, 여러분. 여기 계신 분들은…… 음,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뼈 삭아요. 그냥 요가 열심히 하세요."


나이가 들수록 무리한 운동은 몸을 살리는 처방이 아니라 뼈를 깎는 '노동'이 되고, 회복할 틈이 없는 몸은 노화를 가속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서 빨간 입술을 살짝 삐죽이며 던진 선생님의 한마디가 가슴에 콕 박혔다.


"여러분, 그냥 지금을 즐겨요. 원래 운동선수보다, 강사보다 수강생이 제일 행복한 거예요. 국가대표 선수들 봐요, 몸뚱이 다 하나씩 고장 나 있잖아. 나도 그래요. 요가를 취미로 1~2시간 하는 게 아니라, 직업이 되어 하루 종일 다리를 찢고 몸을 과하게 쓰니까 온몸에 골병이 나요. 오늘도 이 수업 마치고 요가 두 탕 더 뛰어야 하는걸요?"


듣고 보니 그랬다. 요가 강사들은 쉬는 날 타이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고, 병원 투어를 하며 링거 수액을 맞아가며 버틴단다.


"그러니까 운동은 하루에 최대 2시간을 넘기지 마세요."


선생님의 신신당부에 나는 속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선생님, 근데요…… 저한테는 두 시간도 아주 기나긴 고문이랍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20대 시절 눈물의 다이어트 수난기를 듣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나 역시 그녀와 참 닮은 루트를 밟아온 여자이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인생 최고 몸무게인 71kg을 찍고 충격을 받아 2년 동안 이 악물고 운동하고 굶었다. 마침내 앞자리를 바꿔 52kg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쟁취해 냈다. 그때의 납작한 배는 나의 자존감이었다. 거울 속 몸이 만족스러울수록, 나는 행복에 가까워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영광의 훈장 뒤에는 혹독한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던 탓에 위경련이 심하게 찾아왔고, 아쉽게도 그 위장병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기란 참으로 피곤하다. 평생을 '적당히 날씬하고 적당히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니까. 대체 그 '적당함'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체중계 위 소수점 숫자일까, 아니면 거울 속에 비치는 마른 몸매, 일명 '눈바디'일까.


오히려 살이 조금 붙은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좋다. 몸무게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맛있는 것을 먹고 소중한 이들과 웃으며 행복을 누렸다는 정직한 증거가 아닐까.


비록 요가 매트 위에 앉으면 이제 뱃가죽 대신 귀엽게(?) 볼록 나온 뱃살이 먼저 손에 잡히지만, "무리하지 말라"는 허스키한 선생님의 목소리에 기대어 슬그머니 몸에 힘을 빼본다.


그래, 행복해서 찐 살이라 치자. 이 정도의 행복의 무게감도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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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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