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마지막 대기번호표, 24번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by해루아 healua

결혼만 하면 행복의 궤도에 진입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눈앞을 가리고 있던 분홍빛 가림막에 불과했다. 행복은 결혼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쉼 없이 달리던 커리어를 내려놓은 공백의 자리는 강박과 불안으로 채워졌다. 산처럼 볼록 솟아오른 승모근, 턱을 뒤덮은 트러블. 거울 속 내 얼굴을 마주하기도 싫을 만큼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져 갔다.


무기력의 끝자락에서 붙잡은 것은 단 하나의 절실함이었다. 겨울 새벽 6시,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행정복지센터로 향했다. 단 6명만 선착순으로 뽑는 요가반 현장 접수에서, 내 대기 번호는 24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린 끝에, 운좋게 나는 마지막 여섯 번째 자리를 얻었다.


그렇게 나의 요가 수업은 시작되었다. 30년 경력의 요가 선생님은 매트 위에 선 내게 뼈 때리는 첫마디를 던지셨다.


"옆 사람이랑 경쟁하지 마세요. 요가는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겁니다."


그 말은 사방으로 흩어져 있던 시선을 오롯이 내 안으로 돌려놓았다. 1시간 30분 동안 매트가 촉촉하게 땀으로 젖어드는 동안, 나는 타인의 속도가 아닌 온전한 내 호흡을 되찾는 법을 배웠다.


뻣뻣하게 굳은 몸을 접으러 갔다가, 되려 구겨져 있던 마음을 펴고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쌓인 2년의 시간은 어느새 한 권의 이야기가 되었다. 몸보다 마음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 준 요가선생님의 한마디와 그 안에서 발견한 삶의 방식들.


요가는 사실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매트 위에서 몸을 접는 법보다, 내 삶의 중심을 세우는 법을 먼저 배웠으니까. 나와 닮은 흔들림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고 싶은 당신에게,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순리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