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요가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으면, 튀는 옷을 입지 않아도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다.
과거 20대의 나는 요가복에 잔뜩 힘을 줬다.
태어날 때부터 하체가 튼실한 편이라 시선을 위로 분산시키려 애썼다. 상체를 날씬해 보이게 만드는 검정 루즈핏 상의. 인도 느낌이 물씬 나는 보헤미안 레깅스. 돌이켜보면 그때는 온통 '힘'이 들어가 있었다.
줄곧 여초 회사에 다닌 데다 트렌드에 민감한 직업을 가졌던 탓도 있을 것이다. 연말 회사 드레스코드에 '우아함' 같은 수식어가 붙는 순간, 없던 에너지를 쥐어짜 내야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달라졌다. 헐렁한 반팔티에 편안한 냉감 조거 팬츠, 발가락 10개 구멍이 뚫린 요가 양말을 신는다. 민망해서 절대 입지 못하던 나시티도 이젠 잘 입는다.
재밌는 건 이 요가실에 모인 사람들도 저마다 참 다채롭다는 점이다. 비싼 룰루레몬 풀착장, 화려한 형광색 레깅스, 세상 편한 추리닝 차림까지. 각양각색이지만 그 누구도 서로의 차림새에 시선을 두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평가받는 나'보다 '편안한 나'로 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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