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중독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유일하게 되는 한 가지

by응시

오랜만의 가족 모임. 상 위에 음식이 그득했다.


그 여자는 젓가락을 들었지만, 먹는 게 아니라 세고 있었다. 나물 한 번, 국물 한 술. 오늘 얼마나 들어왔는지. 남들은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그 여자의 마음은 접시 위에서만 움직였다. 더 들라고 권하면 웃으며 받아, 그 음식을 접시 끝으로 조용히 밀어 두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여자는 이상하게 홀가분했다. 오늘도 잘 넘겼다는 안도였다. 남들이 즐긴 그 상에서, 그 여자만은 다른 싸움을 하고 이긴 것 같았다.


시작은 그저 다이어트였다. 살이 조금 빠지자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들었고, 그 말이 좋아 더 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살은 문제가 아니었다. 먹지 않고 견디는 그 일 자체가, 이상하게 그 여자를 붙들었다.


그 마음을 들여다본다.


어디서부터 달라졌을까. 처음엔 몸이 기준이었다. 배고프면 먹고, 부르면 멈췄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준이 몸 밖으로 옮겨 갔다. 저울의 숫자, 스스로 정한 규칙. 이제 몸이 배고프다고 해도, 숫자가 아니라고 하면 먹지 않는다. 자기 몸의 말을 더는 믿지 않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그것은 더 이상 다이어트가 아니다. 먹는 일과 몸의 숫자가 삶을 지배하는, 섭식장애의 자리로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몸이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와 상관없이, 거울 속 몸은 늘 더 줄여야 할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단순히 눈의 문제가 아니다. 섭식장애는 자기 몸을 보는 판단 자체를 흔든다. 영양이 모자라면 생각이 더욱 경직될 수 있어, 이미 세운 규칙에서 빠져나오기도 어려워진다. 병이 스스로를 키우는 것이다.


그 여자의 하루에는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안 풀리는 일, 어쩌지 못하는 관계. 삶의 많은 것이 손을 벗어나 있다. 그런데 딱 하나, 먹지 않는 일만은 뜻대로 된다.


여기에 첫 번째 겹이 있다. 그 여자가 붙든 것은 날씬함이 아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유일하게 마음대로 되는 한 가지다. 굶기는 그 여자가 쥔 마지막 손잡이였다.


그런데 그 손잡이에는 다른 겹이 있다.


굶고 있을 때, 정신이 날카로워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먹을 것과 숫자에 마음이 좁아지는 동안,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다른 불안은 잠시 밀려난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수록 더 굶는다. 굶기는 어느새 살을 빼는 일이 아니라, 견디기 힘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된다.


그러나 그 통제는 거짓이다.


억눌린 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여자에게는 어느 순간 통제할 수 없는 먹기로 되돌아왔다. 정신을 차려 보면 무언가를 정신없이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죄바카라감이 밀려오고, 그 죄바카라감을 씻으려 다시 굶었다.


굶기, 허기의 반격, 죄바카라감, 다시 굶기. 그 여자는 자기가 몸을 다스린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이 되풀이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당하는 것이다. 마지막 손잡이라고 믿었던 것이, 어느새 그 여자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자기 몸을 재료로 삼는 일이다. 마음의 허기를 몸으로 달래려다, 정작 그 몸이 죽어 간다.


한 걸음 물러서서, 그 병을 부추기고도 병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 세상의 손을 본다.


세상은 건강을 말하면서도, 자주 건강한 몸과 마른 몸을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살은 게으름이고 마름은 자기 관리라는 식으로, 사람의 성실함까지 몸무게로 판단한다.


예뻐지라는 말은 허영이라 물리칠 수 있지만, 건강하라는 말은 물리치기 어렵다. 그래서 마르라는 압박은 건강이라는 옷을 입고 온다.


그리고 이것이 이 병의 특별히 잔인한 점이다. 먹지 않는 일과 줄어드는 몸이 위험 신호로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관리로 칭찬받기도 한다. 그러니 병이 병으로 보이지 않고, 당사자도 자기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혹시 당신도 먹는 일이 즐거움이 아니라 싸움이 된 적이 있다면, 당신을 탓하지 말기를. 당신이 굶기를 붙든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 하나만은 붙들 수 있어서였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그것이 당신이 쥘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병은 한 가지 이유로 생기지 않는다. 타고난 것, 마음의 자리, 겪어 온 일이 겹쳐 온다. 다만 그 마음을 부추기고, 병을 자기 관리처럼 숨길 수 있게 한 것은 마름을 건강과 성실의 이름으로 팔아 온 세상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해야겠다. 먹는 일과 몸의 숫자가 하루를 지배하고, 굶기와 죄바카라감의 되풀이가 일상을 흔들기 시작했다면, 몸이 눈에 띄게 상할 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다. 그때가 이미 도움을 청할 자리다.


섭식장애는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 자리에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곁의 사람과 전문가의 손이 필요하다. 회복은 몸을 다시 명령에 복종시키는 일이 아니라, 오래 듣지 않았던 몸의 말을 다시 배우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 일은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 아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살리는 가장 용기 있는 일이다.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로 먼저 물어보아도 된다. 전국 어디서나 걸 수 있고, 가까운 곳으로 이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