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을 읽어보다 ⑦

"바다를 건너온 다정한 날짜,막내가 온다

by신은정



“8월 24일부터 9월 7일까지. 비행기 예약했어.”


가족 단체방에 막내가 글을 올렸다.


막내가 온다. 몇 년 만이다.


딸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남편과 함께 뉴질랜드에 다녀오려 했다. 비행기표를 알아보며 날짜를 맞췄지만 딸아이가 원하는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남편이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세금 문제며 일이 정리되면 3월쯤 가기로 했다.


“3월쯤 어때? 그때는 학기 시작이고 집도 작아질 수 있어서.”


“괜찮아. 호텔 잡으면 되니까.”


그렇게 3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이 많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막내가 먼저 비행기표를 끊었다.


나도 딸에게 가고 싶었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을 미뤄왔을 뿐이다. 남편은 가서 도와줄 상황이 아니라면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마음도 이해했다.


3월이면 마음 편히 뉴질랜드에 다녀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 며칠만 지나면 막내가 온다.


세 딸 중 막내는 나를 가장 많이 닮았다. 생김새도 성향도 그렇다. 유모차에 앉아 있는 내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막내인가 헷갈렸을 정도다.


어릴 때는 늘 내 옷자락을 잡고 다녔다. 유치원에 보내려 했을 때는 나와 떨어지는 게 서러워 유치원이 떠나가라 울었다.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돌아설 수 없어 한 해를 더 데리고 있다가 보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그렇게 울던 아이가 자라 먼 나라에서 산다.


9월 2일은 막내 생일이다.


작년에는 세 딸이 보라카이에 모여 막내 생일을 함께 보냈다. 올해도 가족과 생일을 보낼 수 있다며 세 자매가 단체방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 대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는다.


벌써 머릿속으로 생일상을 차린다.


얼마 전 사다 놓은 문어와 골뱅이가 떠오른다.


‘저건 경은이 생일에 썰어내면 되겠다.’


냉동실과 김치냉장고부터 정리한다. 우리 식구가 모이면 자주 해 먹는 편백나무 차돌박이 야채찜도 해야겠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찜기를 가운데 놓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으면 좋겠다.



몇 년을 떨어져 살았으니 막내 입맛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좋아하던 음식이 그대로인지 먼저 물어봐야겠다.


오늘 아침에는 막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엄마, 뭐 사 갈까? 마누카 꿀? 티? 영양제?”


요즘 뉴질랜드에서 인기 있다는 T2 차를 소개한 블로그 글도 보내왔다.


“마음으로 이미 충만하니 조금만 사 와. 무겁잖아.”


딸이 사 온다면 무엇이든 반갑다. 이것저것 챙겨 오게 하고 싶지는 않다. 비싸게 사 와서 귀하게 먹지 못하면 아깝다.




나는 여기서 막내에게 무얼 해 먹일까 궁리하고, 막내는 그곳에서 엄마에게 무얼 사 갈까 궁리한다.


나는 냉동실을 들여다보고, 딸은 뉴질랜드에서 가져올 것을 찾아본다.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서로의 마음은 벌써 바쁘다.


문어와 골뱅이는 냉동실 한쪽에 잘 넣어두었다.


막내 생일에 꺼내려고.


막내가 온다.


며칠 남지 않았다.






유치원이 떠나가라 울던 꼬마가 어느새 훌쩍 자라 먼 나라에서 제 삶을 꾸려 나가고있다.
품 안의 자식이라지만, 이렇게 멀리 있어도 여전히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차지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있는 딸이 대견하다.


며칠 남지않은 시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편백나무차돌백이찜을 해먹일 생각과 냉동실을 정리하며 문어랑 골뱅이를 챙겨보는 엄마마음.

딸아이와 도란도란 나누게 될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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