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따라가는 길 ⑤

커피가 데려온 사람

by신은정


"언니, 오늘은 뭐 해?"


짧은 인사였지만 반가움은 충분했다
"시간 되남?"
"반가운 소리네."


잠시 후 주소 하나가 도착했다.


'경기도 광주시 문형산길 ○○, 브레스카페.'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찾은 그 동네는 제법 낯설게 변해 있었다.


카페 앞에 차를 세우는데 '고양이 카페'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말로만 듣던 고양이 카페는 처음이었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주인이 고양이들과 놀아주다 이내 환한 미소로 맞아 주었다.



"어서 오세요."


카페는 아직 한산했다. 소파에 앉아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열 마리 남짓한 고양이들이 저마다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고양이를 보니 큰딸이 떠올랐다. 혼자 살기 시작하며 데려온 고양이를 어느덧 십 년 가까이 가족처럼 아끼며 키우고 있다.


딸에게 고양이 카페 사진을 보냈다.


"나중에 엄마랑 같이 가자."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좋아요."


짧은 대화였지만 마음은 금세 따뜻해졌다.



바카라장에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집어 들었다. 제목만 알던 바카라이었다.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도 금세 빠져들었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동생이 도착했다.


커피를 주문했다. 잔 위에 곱게 올라앉은 크레마가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첫 모금을 머금는 순간 잘 볶아진 원두의 고소함이 천천히 퍼졌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전, 좋은 커피가 먼저 마음을 열어 주었다.


수원에서 오는 손님을 기다리며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한 잔을 더 마실까 고민하다가 남은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끝까지 음미했다.


잠시 뒤 수원에서 온 손님이 도착했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아보카도 베이글이었다. 동생은 아보카도 베이글과 햄베이컨 베이글을 추천했다.


나는 아보카도 베이글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은은한 매콤함이 더해져 기대 이상이었다. 그런데 수원에서 온 언니는 한입 베어 물더니 말했다.


"조금 맵네."


"그럼 햄베이컨 베이글 드셔 보세요."


"주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아버지를 돌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더 부자가 된 것 같아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오랫동안 돌아온 끝에 이제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쉬고 있었다.


부모를 향한 자식의 마음과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

그 두 마음을 함께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1시 50분, 지방 행사가 있다며 동생이 먼저 일어섰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한번 안아 보고 싶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꼭 안았다.
짧은 포옹이었지만 그 온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카페를 나서며 속으로 조용히 빌었다.
오늘 내게 좋은 사람을 데려와 준 커피처럼, 그의 앞날에도 따뜻한 인연이 오래 함께하기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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