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데려온 열한 명의 인연
오랜만에 다시 온라인카지노를 연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교육을 받는 동안 블로그와 온라인카지노를 잠시 쉬었다. 짧은 쉼이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길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면 학업과 글쓰기를 함께해야 한다. 그전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자격증을 꼭 따 두고 싶었다. 딸 셋을 키운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국가 지원이 늘어나면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7월 개강반은 대기 순번을 받았지만 중도에 포기한 사람이 없어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 특별반이 열렸다. 열다섯 명이 모여야 시작되는 과정이었지만 최종 등록 인원은 열한 명이었다. 혹시 폐강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지만 예정대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날, 나는 반장을 맡게 되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이니 묵묵히 맡아 보기로 했다.
첫 점심시간이었다.
선생님들께 커피 한 잔을 사 드리고 싶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빽다방으로 향했다.
"너무 저렴한 커피를 드리는 건 아닐까."
돌이켜보면 나는 커피값이 비싸야 정성도 더 크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 역시 한때는 핸드드립 커피만 마셨다. 비싼 커피가 더 좋은 줄 알았다. 메가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커피의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가 커피 브랜드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오늘 마시는 이 커피 한 잔에도 오랜 이야기가 담겨 있다.
16세기 유럽에서는 커피를 '이교도의 음료'라며 꺼리는 사람도 있었다. 교황 클레멘스 8세가 커피를 직접 맛본 뒤 "이렇게 좋은 음료를 악마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내 마음에 남은 것은 남의 말보다 먼저 맛보고 스스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저렴한 커피를 미리 판단하고 있었던 셈이다.
카푸치노라는 이름도 카푸친 수도회의 수도복에서 나왔다고 한다. 에스프레소 위에 올린 우유 거품과 커피색이 수도사들의 갈색 수도복을 닮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오랜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커피도 저마다 달랐다.
매일 아침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오는 동생이 있었고, 빽다방에서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커피를 사 오는 언니도 있었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열한 명의 인연만큼이나 커피를 즐기는 모습도 모두 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은 매일 아침 말없이 핸드드립 커피를 건네주던 동생이었다.
아침마다 가장 먼저 내게 다가온 커피 한 잔.
조용한 미소와 함께 건네진 그 한 잔은 금세 바닥을 보였지만, 그 마음만은 열흘의 교육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았다.
며칠 전 점심을 먹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컴퓨터학원으로 향하는 수강생들 대부분의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라테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커피는 어느새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가장 익숙한 음료가 되었다.
열흘간의 교육을 마친 지금, 내게 남은 것은 자격증만이 아니다.
저렴한 커피를 다시 보게 된 일.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
열한 명의 인연과 함께했던 열흘.
그것이 결국 내게 남은 것이었다.
매일 아침 말없이 건네받던 핸드드립 커피 한 잔.
그 한 잔에는 원두의 향보다 사람의 마음이 먼저 담겨 있었다.
커피를 따라 걸어온 길 끝에서 내게 남은 것은, 열한 명의 인연이었다.
*사진을 찍지못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