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이 머무는 자리
율동공원 쪽에는 어느새 커피숍이 참 많이 생겼다.
파3 골프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카페도 있고, 연수원 차고지를 감각적인 공간으로 꾸며 놓은 카페도 있다.
전원주택가에도 카페가 하나들어서더니 벌써 3.4개가 생긴것같다. 웬만한 곳은 다 가 보았다.
언제부터 식사를 마치면 "커피 한잔할까요?"라는 말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순서가 되었을까.
지금은 식사보다 커피를마시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우스게소리로 밥값보다 커피값이 더 비싸다는 소리도 한다.
나는 커피값을 아까워하지는 않는 편이다.
커피 한 잔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시간을 함께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이 아름다우면 커피값은 관람료를 주고 커피는 서비스라고 생각하곤한다.
함께 다니다 보면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값이면 커피 맛은 어떤지, 양은 많은지, 주차는 편한지까지 비교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마다 커피 한 잔에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금액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커피를 사고,
누군가는 공간을 사고,
누군가는 함께하는 시간을 사는지도...
수술을 하고 몸이 조금씩 회복되던 무렵이었다.
부부 모임에서 내가 좋아하는 동생을 만났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파3 골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커피숍가봤어요?아니
덕분에 파3가 훤히내다보이는 커피숍에갔다.
창밖으로 초록 잔디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언니, 저는 파3가 내려다보이는 이 커피숍이 너무 좋아요."
추억이 묻어있는 파3였기에 나도좋았다.
식사는 동생이 샀으니 커피는 내가 사려고 했지만, 동생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제가 다 살게요."
결국 커피값까지 동생이 계산했다.
우리는 파3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희미한데, 그날의 풍경과 동생의 웃음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남편이 연습장에서 연습중이니 내려가면서 들리라고했어여
그래좋아 오랫만에 보고싶네
남편이와서 빠을 잔뜩사주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기억하는 것은 커피의 맛이 아니었다.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어떤 풍경을 바라보았는지, 그 시간이 내 마음에 어떤 온기를 남겼는지가 오래 남아 있었다.
어쩌면 내가 찾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분위기와 사람들, 그리고 마음이 쉬어 가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둘러보면 카페에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나들이 나온 가족, 수다를 나누는 친구들,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 커피 맛을 찾아다니는 사람….
그런데 내 눈길은 자꾸 혼자 온 사람에게 머문다.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 바카라을 읽는 사람, 노트북을 펼쳐 글을 쓰는 사람, 아무 말 없이 커피잔을 감싸 쥔 채 생각에 잠긴 사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어디선가 읽은 말이 떠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여행이라고 했다.
자로 재면 고작 30센티미터 남짓한 거리지만, 어떤 사람은 평생을 걸어서야 닿는 길이라고.
어쩌면 카페는 그 짧고도 먼 여행을 떠나는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혼자온 사람들은 길고긴 가슴으로의 여행을 하고있는것은 아닐까?
나도 가끔 혼자서 까페에 가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