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사건에서 섣부른 화해가 위험한 이유
"본 연재물은 저자의 실제 경험과 법적 대응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 및 실전 매뉴얼입니다. 다만, 관련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원활한 내용 전달을 위해 등장인물의 가명 처리, 직업 및 직바카라, 사건 발생 일시와 일부 정황 등은 특정할 수 없도록 각색되었음을 알립니다. 아울러 본 글은 특정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없으며, 학교폭력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학부모님들에게 공익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일주일의 격리가 끝나면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교문을 넘는 순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화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집요한 감시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었다."
잠깐 이야기를 앞으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간의 분리 조치가 끝나고 스텔라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빳빳하게 다린 교복을 입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저는 이제야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빠인 저만의 안일한 착각이었습니다. 가짜 피해자 서사를 구축하고 대형 로펌까지 선임한 A씨(가명)의 집요함은 학교 밖이 아닌, 학교 '안'까지 뻗쳐 있었습니다.
스텔라가 학교에 복귀한 직후부터 기이한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의 대표라는 A씨가 수시로 학교에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문은 주변 학부모로 부터, 그리고 아이들로부터 소문이 퍼져 나갔으며 마침내 스텔라도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간 소문을 종합해 보면 A씨(가명)는 복도 끝에서, 혹은 교실 창문 너머에서 그녀는 30분 넘게 스텔라의 교실 안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가곤 했습니다. 그 교실 안에는 그녀의 아들 찬영(가명)도 있었지만, 동시에 가해자로 지목된 스텔라와 민재(가명), 호민(가명), 준영(가명)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그녀의 그 서늘한 시선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 속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공포는 더 컸습니다.
이제 막 11살이 된 아이들에게, 자신들을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어른이 매일 아침 교실 밖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압감이었습니다. 스텔라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 내내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찌르는 듯한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습니다.
결국 저는 학교 측에 정식으로 항의했습니다.
"대체 왜 수업 중인 교실 복도에 외부 학부모가 상주하며 아이들을 감시하게 내버려 두는 겁니까? 이건 명백한 학습권 침해이자 아이들에 대한 심리적 가해입니다."
학교를 통해 돌아온 A씨(가명)의 답변은 당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내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는지 걱정되어 지켜보는 것뿐이다. 부모로서 당연한 권리가 아니냐."
학교 측은 그녀의 '부모 마음'이라는 방패 앞에 무력했습니다. 결국 학교는 저의 거센 항의 끝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정중한 권고만을 전달했을 뿐, 그녀의 기괴한 '참관'을 확실히 막아주지는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텔라에게 학교는 더 이상 즐거운 배움터가 아니었습니다. 학교를 가기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학교라는 곳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고통의 장소였고 불안함의 장소였습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등하굣길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그 무서운 어른(A씨)이 놀이터에서처럼 아이를 따로 불러내 윽박지르지는 않을지, 아이를 해코지하지는 않을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의 곁을 24시간 지킬 수 없었던 저희 부부를 대신해 나선 것은 칠순이 넘은 스텔라의 할머니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거의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할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스텔라의 가방을 메고 아이의 등굣길과 하굣길을 함께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가 손녀의 안전을 위해 매일 학교 앞을 지키는 모습을 보며, 저는 어른들의 비겁한 싸움이 죄 없는 가족의 일상까지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리는지 뼈저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11살 소녀가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걸어야 할 그 길 위에는, 이제 '즐거움' 대신 '불안'과 '경계심'만이 가득 찼습니다. 할머니의 손을 꼭 쥔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스텔라의 눈동자에서 저는 이미 아이의 한 조각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신체적인 불안과 공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은 철저한 비밀 유지가 원칙이라지만, 교실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아이들의 입소문까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발 없는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고, 아이들 사이에서 떠도는 '가해자 명단'에는 늘 스텔라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그 소문의 '내용'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은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덩치를 키우고 흉측하게 변이해 갔습니다.
처음에는 "스텔라가 옆에서 싸움을 지켜보았다" 정도로 시작된 소문이,
며칠 뒤에는 "스텔라가 찬우(가명)를 때리라고 지시했다"로 바뀌었고,
다시 "스텔라가 도망가는 찬우의 팔을 붙잡아 못 가게 막았다"로 살이 붙더니,
급기야 "스텔라가 은혜(가명)와 함께 찬우를 학교 정자 구석으로 끌고 가 수십 대를 때리고 꼬집었다"는 악의적인 소설로까지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반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스텔라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마저 조심스럽게 다가와 "스텔라야, 너 진짜 그랬어?"라며 소문을 전달해 줄 때면, 11살 아이의 억장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즉각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도대체 누가 이런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지 근원지를 찾아 엄벌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담임 선생님은 크게 놀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사실, 담임 선생님은 사건의 진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간곡히 부탁했던 대로, 담임 선생님이 직접 교무실에서 그날 운동장의 CCTV 영상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수화기 너머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습니다.
"아버님... 저도 CCTV 영상을 보았습니다. 저 멀리 운동장 구석에서 다리가 아파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조그만 스텔라의 모습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결백.
내 아이의 담임 선생님마저 그 연약한 뒷모습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는데, 정작 교실 안에서는 그 작은 아이가 수십 대를 때린 끔찍한 폭행 주동자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 저는 선생님께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선생님도 진실을 아시니, 제발 아이들 앞에 나서서 "스텔라는 가해자가 아니다. 헛소문 퍼뜨리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없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텔라의 결백을 아는 담임 선생님의 입장이 아닌 공정해야 하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시스템의 벽' 뒤로 숨어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버님, 저도 마음 같아서는 스텔라의 무고함을 아이들에게 다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만약 담임인 제가 나서서 '스텔라는 무죄'라고 선언해 버리면, A씨(가명) 측에서 '학교가 가해 관련자를 노골적으로 비호하며 공정성과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문제 삼아 학교를 공격할 빌미가 됩니다. 학교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하면 오히려 스텔라에게 불리할 수 있으니 제발 한 번만 이해해 주십시오."
이해해 달라는 선생님의 호소 앞에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소문을 누가 냈는지 추적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찬우(가명)가 스스로 지어낸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바카라임을 나누려 했던 민재(가명), 호민(가명), 준영(가명)이가 퍼뜨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의 입에서 시작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학교가 해줄 수 있는 조치라고는, 그저 종례 시간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면 안 된다"는 원론적인 훈화를 하는 것이 전부라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눈물은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연민은 거대하고 차가운 행정 시스템의 매뉴얼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선생님의 눈물 어린 위로 뒤에 남겨진 것은, 오직 부모인 제가 홀로 헤쳐 나가야 할 차가운 행정 절차뿐이었습니다. 그 첫 번째 공식적인 관문이 바로 '학교폭력 전담 기구 심의(학교 자체 위원회)'입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교육청 학폭위'만을 두려워하지만, 그전에 학교 내부에서 1차적으로 사안을 심의하는 절차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이 전담 기구는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객관성을 잃을 우려가 있는 '담임 교사'를 의결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합니다. 대신 교감 선생님, 학교폭력 전담 교사, 보건교사, 전문상담교사, 그리고 학부모 위원(전체 위원의 1/3 이상)으로 구성되어 사안을 심의하게 됩니다.
이 전담 기구의 핵심 목적은 수집된 사안 조사 보고서와 여러 물리적 혹은 목격자 진술등의 증거를 바탕으로, 이 사건이 '학교장 자체 해결'로 마무리될 수 있는 사안인지, 아니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바카라심의위원회(학폭위)'로 회부되어야 하는 사안인지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이때 전담 기구에서 조사 보고서를 올리며 1차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5가지 기준(평가 점수)이 있습니다.
1. 학교폭력의 심각성 (피해가 얼마나 큰가)
2. 학교폭력의 지속성 (일회성인가 반복적인가)
3. 학교폭력의 고의성 (일부러 한 행동인가, 우발적인가)
4.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5. 화해 정도
이 5가지 지표를 토대로 각각 0점(없음)에서 4점(매우 높음)까지의 점수가 매겨지며, 이 기초 뼈대는 훗날 교육청 심판 위원들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전담 기구 심의가 열리기 직전, 억울한 학부모들을 깊은 딜레마에 빠뜨리는 절차가 하나 있습니다. 학교폭력 전담 교사는 심의를 앞두고 가해 및 피해 관련자 양측에 전화를 걸어옵니다.
"스텔라 아버님, 혹시 사안이 교육청으로 넘어가기 전에 상대방과 사과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이 전화는 학교 폭력 전담 교사의 개인적인 호의나 사건을 좋게 마무리 지으려는 따뜻한 중재가 아닙니다. 법률상 사안이 교육청으로 가지 않고 학교 내에서 조용히 끝나는 '학교장 자체 해결'이 성립되려면, 객관적 요건 외에도 반드시 '피해 학생 측의 화해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철저히 기계적이고 행정적인 절차일 뿐입니다. 그리고 학교 폭력 전담 교사는 스텔라 혹은 피해 관련학생 및 가해 관련학생의 담임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온라인 게임인에 불과한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스텔라의 무고를 확인할 필요 의무도 없으니 그저 기계적으로만 이야기 할 뿐입니다.
여기서 바로 '상호 화해의 함정'이 발생합니다.
조사 과정에 지치고 억울한 감정 싸움에 피가 말라버린 학부모들은 종종 이런 유혹에 빠집니다. "내가 우리 아이 결백한 거 아니까, 그냥 도의적으로 미안하다고 사과 한마디 하고 이 지옥 같은 절차를 학교에서 당장 끝내버릴까?" 하지만 화해가 마무리되진 않습니다.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거나 억지 프레임을 씌운 상태에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건넨 섣부른 사과와 화해의 제스처는 공식 문서에 '가해 사실을 인정(반성)하고 화해를 시도함'으로 기록되어 버립니다. 무고한 아이가 졸지에 가해자로 확정되는 순간입니다.
진짜 방어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내 아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1%의 타협도, 기계적인 사과도 주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때 저와 아내 역시 피 말리는 이 상황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싶었기에 전담 교사에게 문의를 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도의적인 차원에서라도 사과를 한다면 이 사안이 어떻게 됩니까?"
그러자 전담 교사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A씨(가명) 측의 요구 사항이 있습니다. 스텔라가 교감 선생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찬우(가명)에게 사과를 하고, 스텔라의 부모 역시 A씨(가명)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것입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습니다. 11살 아이와 그 부모를 자신들 발밑에 무릎 꿇리겠다는 오만하고도 폭력적인 요구. 하지만 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고 다시 팩트를 물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고 치죠. 그러면 이 사안이 여기서 완전히 종료되고, 우리 아이는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여기에 아주 소름 돋는 '함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법률상 '학교장 자체 해결'로 사안이 종결되려면 관련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스텔라가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더라도, 이 복잡한 사건에 가해 및 피해 관련자로 묶인 다른 아이들(민재, 호민, 준영, 은혜 등) 중 단 한 명이라도 "나는 억울해서 교육청 심의(학폭위)까지 가겠다"고 주장하면 학교장 자체 해결은 무산됩니다.
결국 사안은 교육청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때 스텔라의 사과는 헛수고가 되는 것을 넘어 '치명적인 자백 증거'로 돌변합니다. 공식적인 조사 문서상에 "가해 관련자 스텔라 측이 피해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가해 사실을 인정하며 빌었다"라는 상황이 영구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CCTV라는 명백한 물증이 있다 하더라도, 공식 문서상 스텔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찬우(가명)를 교묘하게 괴롭히고 결국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가해자'로 확정되는 꼴이었습니다.
저는 전담 교사에게 다시 따져 물었습니다. 전후 사정이 이런데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화해와 사과를 종용하느냐고 말입니다. 거듭된 질의에, 결국 학폭 전담 교사는 곤혹스러운 듯 학교의 진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사안이 교육청 심의까지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왜 학교는 진실 규명보다 '교육청 이관 막기'에 이토록 급급했을까요? 관련 자료와 교육계 실무를 조사해 본 결과, 사안이 교육청 학폭위로 넘어갈 경우 학교가 떠안게 되는 불이익은 명확했습니다.
첫째, 학교의 명예 하락과 평가 불이익입니다.
교육청 심의로 이관된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학교알리미' 등 정보 공시 사이트를 통해 통계 자료로 외부에 공개됩니다. 이는 지역 슬롯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폭이 자주 발생하는 안 좋은 학교'라는 낙인으로 작용하며, 학교의 위상은 물론 교장 및 관리자들의 기관 평가에도 직간접적인 오점으로 남게 됩니다.
둘째, 막대한 행정 업무와 감정 노동의 과부하입니다.
사안이 교육청으로 넘어가면 전담 교사와 학교는 방대한 양의 사안 조사 보고서, 증빙 자료, 회의록 등을 완벽하게 구비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청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개월 동안 양측 학부모의 빗발치는 악성 민원과 법적 공방, 정보공개청구 등에 시달리며 엄청난 업무 마비와 스트레스를 겪게 됩니다.
결국, 교사이지만 한 명의 온라인 게임인에 불과했던 학폭 전담 교사는 자신이 속한 조직(학교)의 평판 하락을 막고 과중한 업무를 덜어내기 위해 '온라인 게임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들의 거대한 행정 편의주의 시스템 안에서, 11살 스텔라의 억울함이나 100% 무고한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서류철을 빨리 덮고 사건을 종결시키기 위해, 적당히 겁을 주고 구슬려 희생시켜도 되는 '귀찮은 요소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물론 가해 관련자로 지목된 아이들 중 일부는 스텔라처럼 100% 무고하게 엮였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실제로 폭력에 가담했을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지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유혹에 빠져, 무작정 '사과'라는 카드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부모는 내 아이의 상황이 억울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 냉정하고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학교의 '상호 화해' 권유에 답하기 전, 부모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3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가 100% 억울한 상황이라면, 절대 상황 모면용 사과를 해선 안 된다.
소송으로 갈 경우 돈과 시간이 많이 들 것 같고, 그저 이 상황이 지치고 힘들다는 이유로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빨리 끝내자"라고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금전적, 심리적 부담이 크더라도 무고한 상황이라면 끝까지 결백을 주장해야 합니다. 억울함을 덮어둔 채 건넨 '상황 모면용 가짜 사과'는 훗날 아이를 영원한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족쇄가 됩니다.
2. 아이가 실제로 가해를 한 상황이라면, 진정성을 담아 즉시 사과해야 한다.
명백한 가해 사실이 있다면 핑계를 대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아이 역시 자신이 피해를 준 친구에게 진심을 다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반성하며 살아가도록 부모가 가르쳐야 합니다.
3. 부모의 '자존심' 때문에 사과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라.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부모의 자존심 때문에 사과해야 할 명백한 상황임에도 이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내 아이의 말만 100%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로서 당연히 감정이 치우칠 수 있지만, 사안을 헤쳐 나가는 '바카라임자'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행동을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의 잘못이 맞는데도 부모의 자존심이나 오판으로 사과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훗날 사과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저희 부부는 부당한 사과와 화해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열린 '학교 전담 기구 심의'의 결과는 너무나도 싱겁고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결론은 관련 학생 전원 '관련 없음(판단 불가)'.
학교 측의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자신들에게는 CCTV를 강제로 확보해 열람할 수사 권한도 없고, 아이들의 진술이 엇갈려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며칠을 뛰어다니며 주장했던 스텔라의 명백한 알리바이와 CCTV 동선에 대해서도, 그들은 "우리 권한으로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으니 판단할 수 없다"는 식의 무바카라임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국 진실 규명의 바카라임은 고스란히 상급 기관으로 떠넘겨졌습니다.
이제 학교의 손을 떠난 이 사건은, 피할 수 없는 진짜 전쟁터인 '교육청 학교폭력대바카라심의위원회(학폭위)'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서늘한 심판의 날을 기다리며, 골리앗의 숨통을 끊을 더 날카로운 무기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