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학폭위 전, 객관적 물증을 정리하는 법

by별빛바람

"본 연재물은 저자의 실제 경험과 법적 대응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 및 실전 매뉴얼입니다. 다만, 관련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원활한 내용 전달을 위해 등장인물의 가명 처리, 직업 및 직바카라, 사건 발생 일시와 일부 정황 등은 특정할 수 없도록 각색되었음을 알립니다. 아울러 본 글은 특정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없으며, 학교폭력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학부모님들에게 공익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서류 한 장이 내 아이를 '집단 폭행 가해자'로 규정했다. 거대한 행정 시스템 앞에서 진실은 종이 쪼가리보다 가벼웠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빠의 절규는 그저 '극성맞은 학부모의 핑계'로 치부될 뿐이었다."


학교에서 열린 전담 기구 심의는 결국 '판단 불가'라는 싱거운 결론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A씨(가명)에게 학교 심의 결과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진짜 목표는 처음부터 상급 기관인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바카라심의위원회(학폭위)'였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A씨의 신고로 관할 경찰서의 내사까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경찰 신고의 타이밍에는 아주 소름 돋는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가해 관련자로 지목된 남자아이 중 한 명이 사건 발생 시점을 전후로 막 생일이 지나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 연령에 도달하자마자 경찰 신고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누군가의 조력을 받았거나 대형 로펌의 치밀한 코칭이 있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타이밍이었습니다. 결국 고작 11살에 불과한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줄줄이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토록 숨 막히는 압박 속에서, 드디어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두툼한 우편물이 날아왔습니다.


[학교폭력대바카라심의위원회 개최 통지 및 참석 안내서]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어 서류를 확인한 순간, 저는 끓어오르는 분노에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서류상에 우리 스텔라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가해 관련 학생'으로 못 박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 밑에 적힌 '사안의 개요'였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학교도 담임 선생님도 제게 '스텔라가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철저한 '깜깜이' 상태에서 아이의 무고함만을 부르짖어 왔는데, 교육청의 공식 문서에는 찬우(가명)와 A씨가 주장하는 피해 내용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이 써 내려간 끔찍한 소설의 요약본은 대략 이러했습니다.


[사안의 개요]

일시: 0월 00일 점심시간 (정확한 시간 특정 안 됨)

내용: 은혜(가명)가 피해 학생(찬우)을 보자 "쟤 잡아!"라고 소리쳤고, 이에 스텔라, 민아(가명), 윤아(가명)가 뛰어가 피해 학생의 팔을 붙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막음. 이후 민재(가명), 호민(가명), 준영(가명)이 1차로 폭행을 가했으며, 이어서 아이들이 피해 학생을 운동장 정자로 끌고 가 은혜의 지시 아래 집단으로 지속적인 폭행을 가함.


읽고 또 읽어도 기가 막혔습니다. 도대체 우리 스텔라가 왜 이 끔찍한 사건에 엮였는지, 왜 아이들 사이에서 '스텔라가 때렸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비로소 그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스텔라는 단순히 싸움을 구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이 짠 프레임 속에서 스텔라는 '주동자 은혜의 지시를 받고 찬우의 팔을 강제로 결박하여 남자아이들의 폭행을 도운, 집단 폭행의 핵심 행동대장'으로 기획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아주 교묘한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간의 미특정'입니다.


사안 개요에는 그저 뭉뚱그려 '점심시간'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일이 벌어졌는지 특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시간이 구체적으로 특정되면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이 "그 시간에 나는 다른 곳에 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은 빠져나갈 구멍을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뭉개버린 것입니다.

이 서류를 받아 들고 저는 학폭이라는 시스템의 차갑고 잔인한 본질을 완벽하게 깨달았습니다.

교육청에 있는 장학사나 담당 주무관들, 그리고 심의를 진행할 학폭위 위원들은 스텔라가 평소 얼마나 착하고 여린 아이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 아이가 다리가 아파 절뚝거리며 걷는다는 사실도 모릅니다.

그들의 바카라상에 놓인 서류 속에서, 스텔라는 그저 '가해 관련 학생 무리 N명 중 1명'일 뿐입니다. 누군가 치열하게 이 서류의 허점을 부수고 진실을 증명해 내지 않는다면, 스텔라는 이 종이 쪼가리 한 장에 적힌 대로 영원한 '집단 폭행 가해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이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고,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즉시 OO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장학관의 목소리는 한 치의 온기도 없는 기계 그 자체였습니다. 장학관은 이미 스텔라를 이 파렴치한 집단 폭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단단히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미 학교 전담 조사관과 전담 교사를 통해 찬우(가명) 측의 최초 신고서부터 모든 관련 서류의 사본을 전달받았습니다. 이제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학폭위 심의를 진행할 것입니다."


저는 다급한 마음에 스텔라가 평소 어떤 아이인지, 왜 이 사건에 엮일 수 없는 아이인지 설명하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스텔라가 억울한 사연을 가졌든 어쨌든, 그저 서류상에 이름이 올라간 수많은 가해 관련자 중 한 명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는 그들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더욱 저를 미치게 만든 것은 그들의 '비공개 원칙'이었습니다.


교육청은 학교로부터 모든 서류를 넘겨받았다고 하면서도, 정작 학교 측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들'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다물었습니다.


제가 그토록 학교 측에 호소하며 확인을 요구했던 단 하나의 결정적 증거, 스텔라의 결백을 증명해 줄 'CCTV 영상'이 교육청에 제대로 전달되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학교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CCTV 영상을 고의로 누락한 채 서류를 넘겼는지, 아니면 서류 뭉치 어딘가에 그 영상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완벽한 '깜깜이 상황'.

눈과 귀가 가려진 채, 제 아이는 서류상에 적힌 끔찍한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심판대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깜깜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시 학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 우리 스텔라의 결백을 입증할 유일한 열쇠인 CCTV 영상을 다시 한번 정밀하게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한번 열람하였던 CCTV였지만, 학교 내 CCTV 열람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정보보안 서약서'라는 엄중한 문서에 서명한 뒤에야 비로소 모니터 앞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본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하기에 앞서 정확히 이 사건과 관련된 CCTV는 두 대였습니다.


첫 번째 'CCTV 1'은 피해 학생이라 주장하는 찬우(가명) 측이 폭행 장소로 지목한 운동장 전체를 비추는 카메라였습니다. 여기에는 스텔라가 그 시간에 운동장 반대편인 벚꽃 정자에서 친구와 춤 연습을 하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두 번째 'CCTV 2'는 상대방이 2차 폭행 장소로 주장하는 사각정 부근을 직접적으로 비추는 카메라였습니다. 사실 스텔라는 아예 그 근처에 가지도 않았기에 우리는 CCTV 1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고 굳이 2번까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기획 신고를 준비했던 A씨(가명) 측과 나머지 가해관련자 측은 이미 진즉에 CCTV 2번까지 샅낱이 훑었을 것이라 추정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상대방이 써 내려간 '집단 폭행 소설'의 구체적인 동선을 확인한 이상, 저는 1번과 2번 영상을 교차 검증하여 스텔라의 알리바이를 초 단위로 확정 지어야만 했습니다.


"교감 선생님, CCTV 1번 영상과 함께 2번 영상도 다시 한번 열람하겠습니다."


그러나 제 요청에 돌아온 교감 선생님의 답변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버님, CCTV 2번 영상에 아이들의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존재하였던가요?"


귀를 의심했습니다. 분명 사건 초기, 학교 측은 모든 CCTV 영상을 안전하게 보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모종의 사유로 결정적인 증거 하나가 공중분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교감 선생님은 사건과 관련된 CCTV 2번에 대해 존재 조차 하지 않은 듯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실제 학부모들도 CCTV 2번을 본 것을 알고 있고, 이미 저에게도 CCTV 2번을 열람할 것을 이야기 하였던 교감선생님이 갑자기 CCTV 2번의 존재 조차 모르는 듯 이야기하는 사유를 따져 묻자 더 기가 막힌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CCTV 1번은 경찰서에서 수사 협조를 위해 이미 복사해 갔기에 학교에 사본이 남아있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담당 경찰관은 CCTV 2번 영상은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학교의 CCTV 서버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영상이 덮어쓰여지는 방식이었고, 경찰도 학교도 챙기지 않은 CCTV 2번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삭제되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학교 측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황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시스템 운영 방식을 몰라 방치한 행정적 무능인지 알 길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상대방은 이미 다 보았을 그 영상, 어쩌면 스텔라가 사각정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음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었을 그 결정적 증거가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학교는 여전히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억울함을 풀어줄 마지막 희망마저 시스템의 무관심과 누군가의 의도된 방치 속에 먼지처럼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경찰이 가져갔다는 1번 영상의 사본뿐이었습니다.

사라져버린 CCTV 2번에 대한 분노와 허탈함을 가라앉히기도 전, 저는 유일한 동아줄인 CCTV 1번이라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학교에 열람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증거를 대하는 학교의 태도는 여전히 열악했습니다. 보안상의 이유인지, 아니면 이미 백업된 영상이라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저는 경비실의 대형 CCTV 전용 모니터 앞에 앉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교무실 구석에서 담당 교사가 내어준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스텔라의 그날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침침한 노트북의 작은 창 안에서, 그날의 운동장은 개미처럼 작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작은 화면 속에 눈을 바짝 들이밀고, 영상 속 스텔라의 움직임을 1초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습니다.

몇 시 몇 분에 우리 아이가 화면에 등장하는지, 다리가 아파 어떤 속도로 걷고 있는지, 벚꽃 정자에 도착해 친구와 어떤 춤 동작을 연습하고 있는지...

학교 측은 영상 사본을 내어줄 수 없다고 버텼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손'에 의지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저는 노트북 옆에 수첩을 펼쳐놓고, 영상이 흘러가는 시간과 스텔라의 동선을 마치 수사관처럼 꼼꼼히 기록해 내려갔습니다.

"12시 10분 05초 - 스텔라, 운동장 중앙 진입. 보폭 좁음(다리 통증)."

"12시 12분 30초 - 벚꽃 정자 도착. 친구 세아(가명)와 합류 후 춤 연습 시작."


상대방이 제출한 소설 같은 사안 개요에는 스텔라가 찬우(가명)의 팔을 붙잡고 정자로 끌고 갔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록한 이 초 단위의 메모들은 그 소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인지를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스텔라는 찬우가 있었다는 장소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으며, 그 시간에 정자에서 평화롭게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 손으로 작성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교육청에 제출할 '학부모 의견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학폭 심의 현장에서 부모의 절박한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지기 쉽습니다. 심의 위원들이 '서류상의 N번 가해자'가 아닌 '진실한 스텔라'를 보게 만들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가 손으로 쓴 학부모 의견서는 그저 저의 의견일 뿐입니다. 실제 모든 학교폭력 관련 사안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객관적인 물증 혹은 목격자 입니다. 객관적인 물증과 목격자만 확보가 된다면 어떠한 고민을 할 필요 없이 "관련없음"으로 종결될 수 있는 사안이겠지만, 객관적인 물증이라 할 수 있는 CCTV는 학교에 의해 반출이 금지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스텔라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CCTV가 교육청에 전달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현재 유일한 무기는 '학부모 의견서'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두 번째 CCTV가 사라졌다는 것은 교육청에 어떠한 CCTV가 전달되었는지도 확인조차 안되는 상황이라 불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 CCTV가 존재하였다는 것은 저 혼자만의 주장이 아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른 아이들의 일관된 증언과 가해관련 학생의 학부모들의 공동 대응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청 참석 안내서를 살피며 가해 관련자로 지목된 다른 부모님들과의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사안 개요에 '스텔라와 함께 뛰어갔다'고 묶여버린 민아(가명)와 윤아(가명) 측 부모님과는 아예 만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들은 막강한 로펌을 낀 A씨(가명)를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싶지 않다며 뒤로 숨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의 무고를 밝히는 것보다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비겁한 침묵이었습니다. 그저 그들은 잠시간의 해프닝으로 끝나기만을 원하였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제가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은 이 사건의 실제 발단이자 A씨의 진짜 타깃이었던 '은혜(가명) 어머니'와 가해 관련자인 남학생 부모들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만나 제가 겪은 기막힌 상황을 털어놓았습니다.


"학교에 다시 확인해 보니, 그날의 진실을 밝혀줄 핵심 증거 중 하나인 CCTV 2번 영상이 삭제되고 없어졌답니다. 경찰도 안 가져갔고, 학교도 보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름의 의협심으로 이 중대한 사실을 알렸지만, 놀랍게도 남학생 가해 관련자 학 부모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습니다. 자신들의 아이도 가해자로 몰려 있는 상황인데도, 결정적 증거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하거나 함께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철저히 깨달았습니다.


'아, 이 싸움은 철저하게 혼자만의 싸움이구나. 어느 누구도 나와 스텔라를 위해 헌신하거나 대신 싸워주지 않는구나.'


그나마 은혜 어머니만이 나름 자신의 방식으로 그 당시 목격자였던 아이들의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한이 상당히 지난터라 아이들의 증언이 정확할 수도 없었고, 자칫하면 상대방 로펌에 의해 증언이 오염되었다 하여 부정당하기 쉽기 때문에 증언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힘든 부분은 이미 사안에 대한 소문은 일파만파 확대되어 해석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기억은 실제 그 날 있었던 일이 아닌 소문이 확대된 내용으로 오인하여 인지하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목격자의 증언을 확보하는 것 자체는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더 절망적인 상황은 그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저는 교육청 심의를 준비하며 담당 장학관과 지속적으로 통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장학관이 은연중에 던진 질문 하나가 제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습니다.


"아버님, 그런데 그 학교에 CCTV 영상이 있기는 한 겁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장학관의 말은 곧, '학교가 교육청에 서류를 넘길 때 CCTV 영상을 증거 자료로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떨리는 손으로 당장 학교의 학폭 전담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선생님, 교육청에 스텔라 결백을 증명할 CCTV 영상 제출 안 하셨습니까?"


수화기 너머 전담 교사의 대답은 너무나도 태연했습니다.


"예, 아버님. 저희가 판단하기에 그 영상은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서 임의로 서류만 보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스텔라의 결백을 입증할 2번 카메라는 이미 삭제되어 사라졌고, 그나마 남아있던 1번 카메라의 영상마저 학교 측이 '임의로' 누락시킨 채 껍데기뿐인 서류만 교육청으로 넘겨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 교육청은 '서류'로만 스텔라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있고, 학교는 그 서류를 반박할 '유일한 물증'을 숨겨버렸습니다. 사방이 막힌 이 완벽한 밀실 속에서, 저는 부당한 권력과 기계적인 행정 시스템을 상대로 피 말리는 전쟁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이 막막한 상황 속에서 제가 뼈저리게 깨달은 단 하나의 진리가 있습니다.

교육청 학폭위라는 차가운 심판대 위에서, 부모의 눈물 어린 호소나 "우리 아이는 그럴 애가 아닙니다"라는 감정적인 주장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대형 로펌의 코칭을 받아 치밀한 '소설'을 써서 제출했다면, 우리는 그 소설의 척추를 부러뜨릴 '객관적 물증'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어떠한 미사여구가 적힌 서면보다 확실한 힘을 얻는 것은 오직 흔들리지 않는 팩트, 즉 물리적 증거뿐입니다.


학폭 방어를 위해 부모가 사활을 걸고 찾아야 할 객관적 물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사건의 실체를 담은 'CCTV 영상' (최우선 확보 대상)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스모킹 건입니다. 엇갈리는 아이들의 진술 속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목격자입니다. 누가 먼저 때렸는지, 내 아이가 그곳에 있었는지를 단 1초의 프레임으로 증명해 냅니다.


2. 조작이 불가능한 '디지털 발자국' (메신저 및 통신 기록)

사건 전후 아이들 간에 나눈 카지노톡, 문자 메시지, SNS 댓글, 통화 기록 등입니다. 특히 가해자로 몰린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평소 우리 아이를 어떻게 대했는지(관계의 우위), 혹은 사건 이후 말을 맞추거나 협박한 정황이 있는지를 밝혀낼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3. 시간의 공백을 메우는 '위치 및 출결 기록'

상대방이 스텔라의 경우처럼 범행 시간을 '점심시간' 등으로 교묘하게 뭉뚱그릴 때 이를 타파할 알리바이 입증 자료입니다. 학원 출결 앱 기록, 교통카드(티머니) 승하차 내역,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의 시간/위치 메타데이터 등이 사건 현장에 내 아이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철벽이 됩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이 CCTV 사각지대이거나, 디지털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은 막막한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현장을 본 다른 아이들의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야 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아주 중요한 실전 팁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오염된 진술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 측 목격자의 증언을 철저히 '객관적이고 법적 효력을 갖춘 문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모든 목격자 진술은 반드시 '자필'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워드로 타이핑된 문서는 어른들(부모나 변호사)이 개입하여 대필하거나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기 쉽습니다. 삐뚤빼뚤하더라도 아이가 직접 자신의 기억을 적어 내려간 자필 진술서만이 신빙성을 인정받습니다.

2

. 절대 '가명'이나 '익명'으로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보복이 두려워 '익명의 같은 반 친구' 등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증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진술 내용에 바카라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반드시 실명과 소속(O학년 O반)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3. 진술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어야 합니다.

진술서 하단이나 별첨으로, 그 글을 쓴 학생의 '학생증'이나 인적 확인이 가능한 서류의 사본을 반드시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유령이 아닌 실재하는 목격자의 유효한 증언으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이제 교육청의 학폭위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스텔라를 살릴 유일한 객관적 물증인 'CCTV 1번 카메라 영상'은 여전히 학교의 철통같은 보안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학교가 자발적으로 주지 않겠다면,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제로 뺏어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교육청 심의를 앞두고, 학교의 빗장을 부수기 위한 전면전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