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1
이케아 건물에 있는 영화관에서
<오디세이>를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오래
마음에 남을 줄 몰랐다.
재미있는 영화는 많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고 다시 찾아보게
되는 영화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오디세이>는 달랐다.
상영이 끝나고 극장을 나왔는데도
영화가 끝난 것 같지 않았다.
맷 데이먼도, 앤 해서웨이도,
다른 배우들도 모두 자기 몫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한 사람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옆좌석에 앉아 있던 젊은 남녀는
"이 영화 안 봤으면 후회했겠는데?"라고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도 자꾸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렇게 재미있지?
원작에 나오는 그리스의 '이타카섬',
배경지를 촬영한 장소가
오디세우스의 실제 고향인 이타카섬이
아닌 이탈리아의 '파비냐나섬'이라는
사실도 새로웠다.
영화관을 나오면 바로 이케아로
이어진다.
그냥 집으로 가기 아쉬운데, 아들은
"엄마! 이곳에서 파는 천 원짜리
소시지빵을 먹어봤어요?"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천 원짜리 소시지빵을
사 먹고 가자고 했다.
나는 맛이 그저 그랬다.
특별히 맛있다고 할 것도, 그렇다고
맛없다고 할 것도 없는 평범한
소시지빵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맛있다며 아주 잘 먹었다.
결국 몇 개를 더 포장해서 집까지
가져왔다.
같은 곳에 다녀왔는데 마음에 담아 온
것은 서로 달랐다.
나는 영화를 담아왔고,
아들은 소시지빵을 담아왔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내 머릿속에서는
영화가 계속 상영되고 있었다.
잠자리에 누웠다가 결국 유튜브를 켰다.
영화에 관한 영상도 찾아보고,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보고,
오디세우스와 원작에 관한 설명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나를 보고 나면 또 하나가 궁금했다.
오디세우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이 이야기는 수천 년 동안
살아남았을까.
사람들은 왜 여전히 이 오래된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일까.
이 영화는 기존 영화들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초점을 달리했다.
그렇게 밤늦도록 영상을 보다 잠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좋은 영화는 극장의 불이
켜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떤 영화는 보는 동안 즐겁고 끝나면
곧 잊힌다.
반면 어떤 영화는 끝난 뒤에 더 오래
시작된다.
등장인물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배경을 찾아보게 하고,
원작까지 궁금하게 만든다.
<오디세이>가 내게는 그런 영화였다.
집을 떠난 사람이 수많은 위험과 유혹을
지나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
너무 오래된 이야기인데도 낯설지 않다.
우리 역시 살아가며 수없이 떠나고,
헤매고, 선택하고, 다시 돌아온다.
어떤 날에는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걷지만, 어떤 날에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문득 돌아갈 곳을 생각한다.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살아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먼 옛날 한 영웅의 모험담이라기보다,
결국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의 오디세이는 꽤 소박했다.
영화관에서 시작해 이케아의
천 원짜리 소시지빵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고,
밤새 유튜브 속을 헤매다 잠이 들었다.
아들은 소시지빵을 포장해 왔고,
나는 영화의 여운을 포장해 왔다.
소시지빵은 금세 사라졌지만, 영화는
아직도 내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생각한다.
어쩜 이렇게 재미있지.
https://suno.com/s/nGt0EJsCwwXui6eN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영화가 끝나 불이 켜졌는데
내 마음은 아직 그 길 위에 있어
천 원짜리 소시지빵 하나 들고
아들은 웃고 나는 장면을 떠올려
오오오
오디세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밤
한 장면 지나면 또 하나가 궁금해
아들은 빵을 포장해 집으로 왔고
나는 영화의 여운을 품고 돌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