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2
영화 《오디세이》를 보면서 계속 기억되는
말이 하나 있었다.
'Zeus’s Law.'
처음에는 그저 고대 그리스 신화 속의
규칙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말은
여러 번 반복되었고, 마침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윤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그 핵심은
'낯선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였다.
의외로 단순했다.
고대 그리스에는 '크세니아(Xenia)'
라는 환대의 규범이 있었다.
낯선 여행자가 집을 찾아오면 주인은
그가 누구인지부터 캐묻기 전에 음식과
쉴 곳을 제공하고 보호해야 하고,
심지어 발까지 씻어주기도 한다.
손님 역시 주인의 호의를 악용하지 않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
제우스는 이러한 손님과 이방인의 관계를
보호하는 신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낯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무례가 아니라 신성한 질서를 어기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영화에서는 이 규범을 현대인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풀어냈다.
'낯선 사람을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방식으로 대하라.
그 사람이 신이 변장한 존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속 텔레마코스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다.
그 문장은 듣는 순간 오래 생각하게
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반대로 행동한다.
아는 사람에게는 예의를 갖추고,
중요한 사람에게는 더욱 친절하게
한다.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에게는 표정을
한 번 더 살피고 말을 한 번 더 골라서
정돈된 언어로 하게 된다.
그런데 다시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마음이 느슨해진다.
식당 종업원에게 던지는 한마디,
경비원에게 무심코 보이는 행위,
주차장에서 만난 사람을 대하는 태도,
택배기사에게 건네는 말,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마주친 사람에게
보이는 표정까지.
어쩌면 사람의 품격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대할 때보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 더
정확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상대의 이름도 모르고 직업도 모르며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계산하지 않은 본래의 태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크세니아가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친절하게 살아라'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경계와 존중이
함께 들어 있다.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당신은 아직 모른다.
오늘 허름한 옷차림으로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내일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언젠가 나를 도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 때문만도 아니다.
그가 나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않을
사람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존중하는 데에는 상대의
직함이나 재산, 나이와 지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제우스의 법'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 본다.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말 것.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가진 것보다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더 오래 남는다.
오디세우스가 수많은 낯선 땅을 떠돌아야
했던 시대에는 여행자를 맞아 주는 환대가
생존의 문제였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숙박시설도 있고
휴대전화도 있으며
길을 잃으면 지도를 검색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3천 년 가까이 된 이 규범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시 끊임없이 누군가의 공간을
지나고, 어느 순간에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이 된다.
오늘 내가 맞이하는 사람이 내일의
나일 수도 있다.
그래서 환대는 베푸는 사람이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언젠가 내가 낯선 사람이 되었을 때 나
역시 인간답게 대접받을 수 있으리라는
오래된 약속에 가깝다.
《오디세이》를 보고 난 뒤 내게 남은 것은
영웅의 모험보다 오히려 이 짧은
규범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말 것.
내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덧붙인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끝내 알지
못하더라도,......
함부로 하지 말 것.!!!
그것이 결국 그 사람의 품격이 아니라
나의 품격을 결정하는 일이다..
https://suno.com/s/SuIKDnvAfuEOT5zz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말 것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낯선 길 위에 마주친 사람
이름도 사연도 알 수 없지만
한마디 말에도 마음을 담아
내가 받고 싶은 온기를 건넨다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말 것
오늘의 그가 내일의 나일 수 있으니
누구인지 몰라도 존중할 수 있다면
그것이 결국 나의 품격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