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기 1

by프라하

눈이 떠졌다.
'알람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6시 10분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눈을 뜬 것이다.
지난밤 새벽 1시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이불을 걷고 불을 켜고 침대 끝부분에 살짝 걸터앉았다. 마른세수로 얼굴을 훑고 나서 휴대폰을 들어 아직 울리지 않은 알람을 껐다.


'후우~. 가야 하는구나'


휴대폰에는 탑승 2시간 남았다는 KTX 팝업 메시지와 오후에 비소식이 있을 거라는 날씨예보가 함께 알림이 떠 있었다.


'월요일이구나. 한 주 또 시작이네'


지난 연휴 가족들과 보냈던 편안했던 시간의 여운이 가슴 저 뒤쪽부터 몰려왔다.
연휴가 길었던 지난 주말에 부모님, 딸아이와 편안한 저녁을 먹으며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장면이 겹쳐졌다.

안아 달라는 표정의 루루 녀석 두 앞발을 뿌리치고, 보일러의 온수 버튼을 눌렀다.

무거운 발걸음을 샤워실로 옮긴다. 샤워를 마쳤다. 거울 앞에 섰다. 헤어드라이기를 켰다. Cold 모드.

또 머리가 빠졌다. 아내와 딸의 머리가 듬성듬성 끼어 있는 브러시로 정수리를 툭툭 친다.
'큰일이네. 머리가 더 빠진 것 같은데.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나?'


일주일간 있어야 할 대전 오피스텔 옷장의 옷들을 상기하며, 이번 주 입을 옷을 골라본다. 하루의 선택이 아니라 일주일간 입을 것을 선택해야 해서 조금 신중해지는 시간이다.

'기온이 올랐으니 밝은 색으로 입는 것이 좋겠지? 뭐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말이야.'
일주일 동안 볼 바카라들, 안약, 토마토즙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불룩해진 가방의 무게가 느껴진다.

'와.. 이걸 매고 거기까지 가야 하네..'

나가려고 가방을 현관에 내려놓다가 루루와 눈이 마주쳤다.

'아참, 루루 밥도 줘야지'

아직 오전 7시 전이라 밥 주긴 이르다. 하지만 딸아이가 일어나서 밥 주려면 늦으니 먼저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사료 봉투에서 적당한 양의 사료와 허여멀건한 유산균을 덧뿌려 준다. 지저분한 것들이 빠져있는 물그릇에 깨끗한 물로 갈아주고, 패드와 신문지를 치우고 녀석의 아침 준비를 마친다.


내가 가는 줄 알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루루가 짖기 시작한다. 가지 말라고 세차게 짖는 녀석을 뒤로하고 문을 열고 집을 나선다.


흰색 일방통행 글자가 바닥에 길게 쓰여있는 도로를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대략 7분 정도. 부동산 중개소 2곳과 작년 말에 새로 오픈한 미용실을 오른쪽으로 돌며 지나쳐 간다.
모텔 건물의 골목 지름길을 지나면 지하철역이 나온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출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오늘은 좀 편안히 가려나?'


지하철은 붐비지는 않았지만 앉을 곳은 없었다. 20분 이상 가야 하기에 안정적인 위치를 잡았다.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를 켜서 매일 아침 듣는 채널을 누른다.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를 들으며 미끄러지듯 지하철 흔들림에 몸을 싣는다.


"다음 정차할 역은.. 서울역..."
안내 멘트에 내리기 편한 칸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 안전문이 열리고 서울역 플랫폼에 왼발부터 내려놓는다. 문득 주로 쳐다보는 주시(主視)가 있으면, 주발도 있겠지? 내 주발은 왼발이네?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왼쪽 무릎이 더 아픈 건가?'


계단을 오르고, 에스컬레이터를 또 오르면 서울역 실내 대합실 광장에 다다른다. 휴대폰을 꺼내 플랫폼 번호부터 확인한다. 지난주와 같이 9번 플랫폼이다. 편의점에서 물과 김밥을 사서 열차에 오른다.
잠시 창밖을 내다본다.
'벌써 발령 난 지 4개월, 얼마나 더 이 생활을 반복해야 하나?'
한숨을 뒤로하고, 열차가 출발한다.

화, 목, 금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 - 괴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