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숫자가 안 맞아요. 도대체 이 금액이 어떻게 나온 거죠? "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벌어진 입과 손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협력회사에 지급할 돈이다.
그날 오후 아웃룩에서 발신 버튼을 누르고 나서 나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대전에 와서 업무 맡은 지 석 달만에 이런 거까지 처리할 정도면 대단한 거 아냐? 하면서 속으로 약간 우쭐거리기도 했다. 그 우쭐함은 채 한 시간을 가지 못했다.
"담당자가 숫자도 확인 안 하고 보내면 어떡해요? 한두 푼도 아니고"
담. 당. 자.라고 했다.
"다른 협력회사에 전달해 줘야 하는데, 파일 전달했다가 확인도 안 했냐고 하는 통에 창피만 당했어요"
들려오는 협력회사 중간관리자들의 이야기는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연할 수밖에 없다. 엑셀표에 들어가 있는 숫자는 실적 수치가 아니라 협력회사에 지급해야 할 돈의 액수였다. 충분히 더블체크하지 않고 한 번 정산한 숫자를 정확한 것으로 알고 그대로 보낸 것이었다. 그 금액은 2분기 예산한도를 넘겨버렸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고,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전임 담당자가 조언을 해 준 내용이긴 했지만, 마지막 메일 송부 전에 재확인했어야 하는데 그걸 빠뜨린 것이다.
'이제 업무 맡은 지 석 달밖에 안 된 사람에게 협력회사 자금 지급건을 맡기다니 이게 말이 되나? '
라고 탓을 해봐야 의미가 없다. 나도 모르게 왼손 엄지손가락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아니, 좀 틀릴 수도 있지. 처음 하는 건데. 누군 처음부터 일을 완벽하게 해? '부터
'내가 이러려고 여기 내려왔나? ' '이거 징계대상인가? ', '혹시 월급에서 까는 건 아니겠지'까지 말이 안 되는 별의별 생각이 뒤통수를 치며 지나갔다.
정신 차리고 정산해 보니 천백만 원이 예산보다 초과해 버렸다. 실제 지급해야 할 금액을 틀리게 계산한 것이다.
정신없는 와중에 땀 뻘뻘 흘리며 어수선하게 있었더니 옆 자리에서 우리 팀 일꾼인 손차장이 조언을 해줬다.
"본사 기획팀에 우선 연락해서 사정 이야기 하고, 계정 예산을 늘려달라고 이야기해보세요. 지난번에 옆 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살았다 싶었다.
본사 담당자에게 바로 전화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천백만 원 정도 빵꾸 났다고.
사정을 듣던 본사 기획팀 담당자는 다음 분기 예산에서 당겨 쓰는 조건으로 해결바카라을 제시했다. 3분기 예산은 축소한 상태에서 운영하면 될 일이라고 한다.
본사 기획팀 담당자가 이야기해 준 대로, 정리해서 파일을 넘겼다.
휴우, 도와주려고 선의로 도와준 사람들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지?
자바카라이 이어졌다. 엑셀표의 숫자가 단순한 숫자가 아닌, 현금이다. 현금.
그 후로 협력회사 담당자들에게 전화만 와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든다.
그날 나는 문제가 되었던 협력회사 이름을 포스트잇에 적어 바카라상 파티션 벽에 붙여 놓았다. 물론, 그 이후로 자질구레한 실수를 한 번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이메일을 보낼 때는 그 포스트잇을 한 번 쳐다보고 5초 정도 생각에 잠긴다. 그 진땀 나던 순간을.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