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결혼정보회사가 마흔이 넘어 선택지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최후의 보루였기에 끝까지 남겨두고 싶었다.
아직은 그 카드를 꺼낼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생각을 깨는 소식을 들었다.
지인이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한다는 소식이었다.
수많은 익명의 후기는 물건을 살 때 참고가 될 뿐, 결혼정보회사의 후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후기들의 진실성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인의 결혼 소식을 들으니 1만 명의 만점 후기를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머, 이건 사야 해!'
가 아니라
'어머, 이건 가입해야 해!'
로 마음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실은 그 지인이 연애할 때부터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권했었는데 그때는 흘려들었었다.
그런데 결혼까지 이어지다니.
이번에는 귀 기울여 들어야 했다.
나도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면 그 친구처럼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다.
그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결혼정보회사를 찾았다.
그리고 어느덧 계약서 앞에 앉아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했던 그날의 날씨는 어땠더라.
이상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의 마음만큼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다고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 건 아니었다.
다만 가입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가입해 보고 판단하는 편이 나에게 맞았다.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해보자.'
그 정도의 마음이었다.
매니저는 계약서를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
나는 마지막 장을 넘기며 사인할 곳을 찾았다.
이름 석 자를 적는 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
그제야 실감이 났다.
사실 계약서 쓰는 건 별게 없었다.
사인 몇 번 하고, 특별할 것 없는 주의사항을 듣고.
돌이켜보면 상담 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제였다.
결혼정보회사에 수백만 원을 쓰는 게 맞는 걸까?
결제 직전 아주 잠깐 고민이 되긴 했다.
하지만 계약서까지 쓴 마당에 아서라~
나는 힘차게 카드를 꺼내 매니저에게 건넸다.
카드 승인 문자가 왔고, 드디어 가입 절차가 완전히 끝났다.
아껴 두었던 최후의 보루를 드디어 꺼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비장함까지는 아니었지만, 잘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날의 나는 몰랐다.
몇 년 뒤 '결혼정보회사를 마칩니다'라는 글을 쓰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