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고 가장 먼저 받은 것은 소개가 아니라 데이터폼이었다. 데이터폼이라는 이름 그대로, 나를 데이터로 정리하는 문서였다.
나이, 직업, 학력, 연봉, 자산, 키. 프로필에 적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일부 정성적인 정보가 있었지만 성격, 배려심, 대화의 편안함, 가치관 등은 만나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결혼정보회사는 정량적인 조건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곳이다. 그리고 정량적인 조건이 좋은 사람이 더 많은 소개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했다.
사실 결혼을 생각한다면 정량적인 조건도 중요하다. 정성적인 부분이 잘 맞아 결혼을 결심했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 커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결혼은 정량과 정성, 두 가지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다만 사람마다 그 비중이 다를 뿐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프로필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정량적인 조건부터 보게 되었다. 정성적인 부분은 자기소개나 매니저의 설명으로 짐작할 뿐이었다. 객관적인 정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몇 명을 만나고 나니 나의 이상형이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프로필에서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 꼭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은 아니었고, 반대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괜찮았던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정성적인 부분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그 이후부터는 사람을 고르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연봉보다 사진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자기소개에서 풍기는 분위기.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그리고 프로필 전체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분위기와 온도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판단한 느낌이 실제 만남을 때의 느낌과 100% 맞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했다.
그리고 어느 날, 여느 때처럼 2명의 프로필을 받았다. 두 명 다 괜찮았다. 두 명 다 만나볼 수 있지만 한 번에 2회 차감은 부담스러웠다.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조건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인상이 좀 더 선해 보이는 사람을 선택했다. 가끔 생각해보곤 한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면 결혼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선택한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나의 정성적인 부분을 채워주었다. 그 사람과는 이상하게도 첫 만남부터 대화가 편했다. 함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러웠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웃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내가 결혼을 위해 찾고 있던 것은 더 높은 숫자가 아니라, 더 편안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결혼할 사람은 뭔가 다르다고 하던데, 그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도 결혼정보회사가 잘못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맞선이나 소개팅에서 정확히 묻기 어려운 정량적인 부분을 미리 알아볼 수가 있으니까.
다만, 그 시스템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결국 두 사람이 직접 만나서 만들어 가야 한다.
결국 나는 시스템 안에서 나만의 기준을 찾았다. 숫자보다 사람을 보기 시작했고, 조건보다 함께 있을 때의 편안함을 선택했다. 정성적으로 나를 꽉 채워주던 그 사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와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이어질 줄 알았다.
그와의 연애는 정말 행복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