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안 쓰기

수입만 적고 지출은 무의미

by김아울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 재테크에 관심 있을 초반에는 어떤 지출을 줄여야 할지 매달 진지하게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매번 나가는 돈이 비슷해졌고, 비상상황을 위한 지출 계획도 세워둔 터라 정기적으로 복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가계부를 쓰고 보는 행위가 덜어지고 나니 오히려 더 자유롭게 소비한다. 우리 부부는 매달 월급과 기타 소득이 생기면 투자할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그 나머지에서 자유롭게 쓴다. 둘이 합쳐 모든 지출이 200만 원 안팎인데 나는 결혼하고 나서 조금 더 넉넉하게 쓰고 있어서 굉장히 부유하게 느껴진다.


씀씀이가 작다는 건 능력이다. 적당히 만족할 줄 알면 참는 느낌도 없다. 이 지점이 투자를 7년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인 것 같다. 무언가를 억지로 절약해서 투자한다면, 애쓰는 기분 때문에 에너지가 금방 고갈되고 지쳐버린다. 그러다가 '이렇게는 못살지, 현재가 없잖아'라는 합리화로 무너지기 일쑤다.


가계부를 꼭 써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안 쓰고도 예측 가능한 삶이라면 충분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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