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사기

아내의 과소비와 남편의 궁상

by김아울

쇼핑을 하다 보면 너무 많은 물건에 진이 빠져버릴 때가 온다. 뭐 하나를 사려고 해도 기능은 왜 이렇게 많은지 공부라는 걸 해야 한다. 이런 나를 위해 친구가 자신의 팁을 줬다. 모든 육아용품에 '국민템'을 붙여서 해보라고. 수많은 육아용품에 전부 그런 식으로 검색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했다.


국민가수, 국민 MC는 대중들이 지어준다는 나름의 신뢰도가 있긴 한데, 물건에 국민을 붙이는 건 기업 스스로의 마케팅이 아닌가 상당히 의심쩍다. 그럼에도 리뷰가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눈이 가긴 하더라. 하도 그렇게 말하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익숙한 걸 고르면 큰 손해는 안 볼 것 같다. 착각에 기반한 상술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다 보니 국민템을 모아버렸다. 약간의 죄바카라감을 덜어내기 위해 당근을 애용하고 있는데 절대 물러나지지 않는 게 유모차다.


유모차라면 아이들의 자동차 아닌가. 나도 새 차를 타면서 아이에게 유모차라니. '하나밖에 없는'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결혼식을 치르며 알았는데 이런 상황 또 다르게 다가온다. 유모차도 꽤 복잡하다. 디럭스, 절충형, 휴대용으로 나뉘어 있고, 거기에 안정성과 세세한 액세서리, 무게도 다르다.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건 디자인이다. 왜 여기에 '예쁨'이 들어가야 하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된다. 친구들이 유모차 끌고 아이들과 산바카라 나갈 때 동행했을 때에 유모차가 무슨 색이었는지 브랜드가 뭔지 관심이 하나도 없었는데 요즘은 유모차만 보면 자동차보다 눈길이 간다. 왜 이런 면에서 나의 흐린 눈은 발휘가 안되는가.


지금까지 당근으로 잘 사 오다가, 스토케 요요 5가 나온 걸 보고 눈이 돌아갔다. 꼭 그걸 사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당근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현타가 왔다. 남편은 당근에서 나의 요구사항이 다 맞춰진 유모차가(스토케아님) 나눔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이건 어떠냐고 물었는데, 사진에서도 오랜 쓴 흔적이 군데군데 가죽이 벗겨 졌었다. 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그걸 쓰면 내 기분이 안 좋아질 것 같다.


며칠째 스토케만 보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별다른 주입은 안 했다. 다만 당근에 키워드를 걸어놓고 진짜 필요할 때 새 상품으로 나와있는 걸 골라보자고 했다. 거기엔 나도 동의! 내년이면 이 신제품도 당근에 널리고 널린 아이템이 될 것이다. 그때 또 다른 신제품이 내 눈을 돌아가게 하려나? 이래서 나는 아이쇼핑을 싫어하게 됐었다. 살 때 사버리고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 그런데 살게 자꾸 많아진다는 게 문제.


요즘은 좋은 걸, 비싼 걸 다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적당히 흐린 눈으로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한번 꽂히면 거기에 집착적으로 바꿔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과 달리,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사용에 중점을 두고 사는 삶이 얼마나 단순하고 효율적인가. 게다가 그런 돈은 시드가 될 테니 불어나고 있을 종잣돈인 셈이니까.


종종 흐린 눈 잘되는 남편은 자기도 '디자인'이라는 걸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 같다. 우리가 달라서 다행이다. 나의 과소비와 남편의 궁상을 오가는 삶.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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