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눈으로 살면서 투자금 2배 불리기
투자에 관심이 생길 무렵, 다양한 투자방식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건 부동산이었다. 집에 살면서 동시에 가치가 높아진다면 일석이조지만, 동시에 떨어질 걸 생각해서 언제든 매매할지도 모른다는 선택지 자체가 나의 안정감이 박살의 원인이 될 것 같았다.
부동산으로 투자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집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이사는 생각만 해도 귀찮은 일 1순위다. 이 집에 살기 전까지도 기숙사, 원룸,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여러 집에 이사를 다녔다. 이제 그 짓은 그만하고 싶었고 내 집에서 눌러 지내고 싶었다. 지금 살고 있는 구축아파트를 매매할 때에는 그 절차도 상당히 귀찮아서 다신 하고 싶지 않았다.
집을 사고 나니 최소한의 살림을 넣는 것도 돈이 꽤 많이 들어갔다. 바닥과 벽지가 정말 깔끔한 건 아니었지만 대충 흐린 눈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실 알루미늄 샤시가 심각했는데 다행히 폴딩도어가 가리고 있어서 겨울에 춥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살고 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폴딩도어 하나를 두고 온도차이가 많이 났다.
그 사이 결혼을 해서 이사할 기회가 생겼다. 남편은 신축 전세로 이사 갈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멀쩡한 집을 놔누고, 목돈을 전세로 묶인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가고 싶은 집은 지금 집을 팔고도 2억 이상이 필요했는데 그 돈이 묶인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나는 여기에서 살자고 했다. 남은 돈은 주식에 넣자고.
신축아파트에 대한 로망도 없고, 돈이 아주 많다면 전원주택을 짓고 싶었다. 내 꿈을 말하니 남편도 동의했다. 남편은 온갖 최신기술이 들어간 집을 공부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에, 태양광에, 다음 차는 전기차로 정했다. 5년 뒤의 일인데도 말이다.
전원주택이야말로 투자가치 없고 매매 안되고, 감가가 엄청난 자산이다. 하지만 돈을 언제까지 불리고만 있겠나. 게다가 투자한다고 항상 돈이 불어나는 것은 아니기에 적당한 때에 꿈꾸던 짓을 실천에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근에 기후변화도 심각한데, 생존을 위한 집에 아파트가 취약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 시기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말이다.
현관문은 바꾸고 싶었지만 방화문은 최소 80만 원 이상이라 필름지로 바꿨다. 허술해 보이는 도어록은 다시 설치했다.
알루미늄 샤시가 이 아파트가 96년생이라는 걸 알려주는 증거다. 외기온도와 다를 바 없다. 다행히 여긴 베란다라서, 거실의 폴딩도어가 든든하게 막아주고 있다. 하늘 보는 게 좋아서 반투명필름지를 반만 붙였는데, 여름에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신문지로 대충 붙였다. 다 떨어지고 1장이 붙어있다.
몰딩에 필름지가 붙여져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게 떨어진다. 다행히 목공풀로 접착이 가능하지만 여기저기 떨어지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천장이 뜨는 건, 옥상에서 물이 새는 걸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노후화돼서 벽지가 떨어지는 거였다. 접착정도로는 안돼서 못으로 박아버렸다. 가끔 보기 징그럽긴 한데 천장 보면서 살진 않아서 괜찮아졌다.
좋은 벽지는 뭔가 묻으면 닦으면 되겠지만, 우리 집 벽지는 적당히 저렴한 것으로 했더니 이 사달이 났다. 복분자즙이 터져서 벽지에 피가 묻은 것처럼 난리가 났었다. 그걸 다시 복구하는 건 화이트펜으로 덧씌우는 게 최선이었다. 밤에는 잘 안 보이는데 햇살이 좋은 낮엔 저리 선명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액자. 위치가 식탁 옆인 이유는 밥 먹다 음식이 튀어서다. 주범은 나인데, 그걸 가릴 때가 되었다. 액자 속 사진은 그리스의 어느 해변으로 아버지가 여행 때 찍은 사진이다. 피서 온 것 같아서 눈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