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깡 사기

미용실 안가는 남편

by김아울

남편은 몇 달 전부터 바리깡을 사고 싶어 한다. 미용실을 굳이 갈 필요 없다고 여긴다. 머리에 쓰는 미용이 아깝다고 한다. 그의 꾸밈비는 한 달로는 0원이고 한 해로 바카라정해야 금액이 나온다. 회사에서 주는 바지 2개를 365일 돌려가며 입고, 다른 걸 사줘 봐도 편한 건 그 옷이라며 집지 않는다. 상의만 사복인데 이마저도 몇 벌 안 되는 무지티를 선호한다. 얼룩이 지거나 해지면 내가 먼저 발견해서 조용히 버리고 새로 사둔다. 사실 없어진 것도 잘 모른다.


옷을 안 사는 것에 이어 헤어스타일에도 관심이 없다. 남편이 한 달에 한번 미용실에 갔다 올 때면 알게 모르게 기대하게 된다. 너무 안 어울려서 한바탕 웃음이 나거든. 미용실을 갈 때마다 너무 제각각이고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늘 대화주제로 빠지지 않는 것 보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딱 두 번 정도 괜찮았던 곳이 있었다. 앞으로 거기만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정해서 가자니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이기지 못했다. 근처 미용실 중 자기가 원하는 시간대에 오픈한 곳을 후딱 다녀오는 편이다. 이제 그것마저 귀찮아졌는지 이제 미용실 안 갈 궁리를 하고 있다.


미용실 갈 시간이 없어서 뒷덜미가 지저분해지길래 면도기에 장착된 작은 날로 뒷덜미를 밀어준 적이 있다. 너무 만족해한다. 그는 훌륭하다며 과한 칭찬과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그 이후로 이발기를 사는 게 어떨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나는 확실하게 자신이 없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세 달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나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혼자서 구매를 결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계속 물어본다. 면도기 뒷면의 귀와 목덜미 부분만 깔끔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스킬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저번에 밀어보고 알았다. 미용실마다 그 각도와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이 조금씩 달랐고, 손님의 시선으로 봐도 뭐가 잘하는 곳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난 너무 허접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도 모르겠다. 나의 단골미용실에서 자를 때가 딱 좋았다. 그래서 한번 거길 다시 가보고 눈대중으로 배워보겠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거지만 최소한 어울리는 스타일이 뭔지는 찾아야 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마저도 아까워한다. 짜증이 확 솟구쳤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것마저 싫다면 알아서 머리를 묶든 다 밀어버리는 상관 안 하고 싶어졌다.


'오빠는 대충 자르라고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혼자 하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 한번 가고 나서 그 이후엔 잘라준다고. 그 한 번을 못 가?'


라고 언성을 높였더니 이제야 알겠다고 한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이 맘에 안 들지만 어떻게든 바리깡을 사고 내가 남편의 머리를 기존 미용실들보다 더 망쳐놓아야 상황이 끝날 것 같다. 일부러 망치진 않겠지만. 또 하다가 의외로 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확률로 미용실을 다시 가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남편은 최소한 바리깡 산 비용만큼은 집에서 이발을 하게 될 것 같다. 우리 집 짠돌이. 너 때문에 우린 부자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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