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Altus Solum 3번.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의 '쿠팡 보고서'를 다루며 분명히 살펴보았다. 미국의 사법적 절차(Due Process)를 훼손했다는 명분은 단순한 기업의 로비가 아니라, 패권국 미국의 합법적 외교·통상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대중적 쾌감을 위해 외국계 기업을 감정적으로 다룬 오판이 한미 '통상마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때, 현 정부는 어떠한 출구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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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과연 어떠한 치밀한 묘안을 준비했을까? 상황은 우려했던 궤적을 정확히 따라가고 있다. 미국의 오하이오 상원의원인 버니 모레노(Benie Moreno)가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USTR(미국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무역법 301조(보복 관세)' 조사를 공식 요구했다. 특히 모레노 의원은 한국의 행태를 "배은망덕하다(ungratefully)"고 비판하며, 6·25 전쟁의 희생과 주한미군, 핵 확장억제(extended nuclear deterrence) 등 안보 동맹의 징표들을 명시적인 '경제적 청구서'로 제시했다.
□ 미국의 단일장부: △안보, △통상, △공급망을 하나로 묶는 지경학(Geoeconomics)
우리가 이 사태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가장 엄중한 본질이 있다. 미국은 지금 이 사안들을 개별적으로 쪼개서 보는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단일 장부'로 묶어서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레노 의원의 301조 서한에 앞서, 하원 외교위원장 브라이언 마스트(Brian Mast)가 폭스 뉴스에 나와 쏟아낸 발언이 이를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그는 쿠팡에 대한 한국의 규제를 비판하면서, 이를 "반도체와 선박 제공 약속 불이행"과 직결시켰고, 심지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및 "한국의 대북 접근 기조"와도 주저 없이 한 묶음으로 엮어버렸다.
North, South Korea have a ‘complicated’ relationship: Rep Brian Mast | Fox News Video
미국에게는 쿠팡(플랫폼 자본), 반도체·조선(첨단 제조망), 그리고 연합훈련과 북핵 방어(안보 생명줄)가 완전히 동기화된 하나의 패키지다. 어쩌면 미국은 애초에 공정위의 과징금에는 큰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쿠팡 사태를 지렛대 삼아, 패권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한민국의 첨단 제조망(반도체)과 해군력 유지 역량(조선)을 갖기위한 거대한 명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강대국에게 안보 동맹과 경제적 이익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며, 필요에 따라 언제든 상호 전환 가능한 지렛대(Leverage)로 작동한다. 자본에 국적이 부여된 지경학의 시대에,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동맹의 가치마저 무기화하는 유연한 현실주의(19번)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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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R. 3429의 역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일찍이 스스로 가꿔가는 정원 자유민주주의 11번 등에서 다루었던 '미국 하원의 3국 협력법(H.R. 3429)'의 지경학적 역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제도화하여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한미일 해양 연대(Rimland)를 불가역적으로 결속하겠다던 H.R. 3429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규범적 가치 연대'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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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상원에 계류된 이 안보 법안의 향방이 쿠팡이라는 개별 기업의 규제 현안과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타이밍이 이렇게 절묘할 수 있을까?
진정한 비극은 단순히 미국 의회의 이런 움직임 자체가 아니다. 이를 선제적으로 읽어내고 기획하여 리스크를 차단해야 할 우리 대사관, 외교부, 국가안보실의 거시적 시야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나 산업부가 놓칠 수 있는 외교·통상의 나비효과를 조율하는 것이 바로 국가 컨트롤타워의 존재 이유다.
□ 우물안의 고립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은 철저히 파편화되어 있다. 공정위 조사관들이 절차적 명분(7일 전 사전 통지)에 막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자, 최대 2억 원의 과태료 부과를 언급하며 국내법적 렌즈로만 상황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워싱턴은 무역법 301조라는 거대한 통상 무기를 장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부처 간 칸막이에 갇혀 단편적인 행정 조치에 매몰되어 있는 형국이다.
당면한 외부 환경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가오는 미·중 정상회담(9월 중하순)(Altus Solum I 5번)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베이징 역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한국의 국내 규제 마찰에 엮여 미국과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외부의 지정학적 지렛대를 빌려 이 위기를 우회할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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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의 회복 : 냉혹한 현실 자각과 마비된 시스템
대한민국이 국제정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졌다면 미국의 무도함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주권 행사를 이어가면 그만이다. 솔직히 말해, 사방의 강대국의 횡포에 신경 끄고 우리만의 룰을 강제하고 싶은 것이 주권 국가의 당연한 열망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금의 냉혹한 힘의 불균형 속에서 우리가 쥔 현실이 아니다. 역사상 단 한번도 예외는 없었다. 진짜 국가 전략은 우리의 낭만적 바람이 아니라, 한계와 현실을 차갑게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감정을 앞세운 민족주의적 반발은 가장 값비싼 청구서를 낳을 뿐이다. 미국의 압박에 분노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해 봐야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감정을 거세한 채, 철저히 계산된 '이성'과 '전략적 냉혹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시장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주권 국가의 정당한 규제(正)가 강대국의 패권적 이익(反)과 충돌할 때, 이를 풀어내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복합 전략(合)이다. 국가 이성(Raison d'État)은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다. 공정위의 치밀한 법 집행, 산업부의 통상 협상력과 공급망 카드, 그리고 외교부의 거시적 동맹 조율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행정부 '시스템의 동기화'를 의미한다.
□ 방관하는 관료와 호통치는 정치: 붕괴된 조종석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절망적인 비극은 이 정밀한 기계를 굴려야 할 조종석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있다는 점이다.
고도의 전문성과 융합적 시야를 발휘해야 할 행정부는 철저히 마비되어 있다. 선제적으로 움직였다가 정쟁의 타깃이 되어 고발당하고 감사받을 바에야, 차라리 위에서 시키는 기계적인 일만 하겠다는 패배주의가 관료슬롯를 지배하고 있다. 외교·통상의 나비효과를 계산하기보다 윗선의 눈치를 살피며, 나라가 망가지든 말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좁은 법리적 방어막 뒤로 숨는 '보신주의'의 극치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다. 외교·통상의 복합 위기를 국내 정치적 쾌감과 포퓰리즘으로 소비하며, 청문회에서 호통을 치고 억압하는 것으로 바카라임을 다했다고 착각한다. 정부가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비전문적인 간섭을 멈추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앞장서서 시스템을 난도질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바카라임지려 하지 않는 관료들과, 무지한 호통으로 전문가들의 손발을 묶는 정치권. 이들이 합작해 만들어낸 통제 불능의 촌극 앞에서 국익은 철저히 방치되었다. 묘안 없이 저지른 이 거대한 참사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와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다. 마비된 시스템과 낭만적 감정주의에 갇힌 국가에게 번영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략적 호통이 아니라, 제발 전문가들이 일할 수 있도록 비켜서는 정치권의 자성과 차갑게 벼려진 국가 이성의 회복이다.
<모레노 의원 서한의 핵심 내용>
피로 맺은 안보 동맹의 '경제적 무기화': 가장 충격적인 대목이다. 모레노 의원은 6·25 전쟁에서의 미군 전사자 37,000명, 3만 명의 주한미군, 그리고 '핵 확장억제(extended nuclear deterrence)'를 직접 언급했다. 동맹의 숭고한 가치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미국 납세자들이 안보를 바카라임져 주었는데 한국이 배은망덕하게(ungratefully)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며 안보를 경제 보복의 볼모로 잡았다.
한국 공권력의 정당성 전면 부정: 2025년에 발생한 쿠팡의 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할 만한 사안(may warrant even-handed enforcement)"이라고 축소하는 한편, 한국 정부(10개 기관)의 전방위적 조사와 사상 최대 과징금, 임원 기소를 "정부 전체의 공격(whole-of-government assault)"이자 "과도한 십자포화"로 규정했다. 아울러 한국의 법 집행을 적법 절차(due process)가 결여된 '조직적 차별'이라고 했다.
무역법 301조 및 '비례적 보복' 공식 요구: "상호주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Reciprocity is not optional)"라고 못 박으며, USTR에 공식 조사 착수와 무역법 301조 발동, 그리고 공정한 대우를 복원하기 위한 '비례적 대응 조치(proportionate countermeasures)'를 강력히 촉구했다.
<H.R. 3429 법안>
https://www.congress.gov/bill/119th-congress/house-bill/3429
<언론보도>
“배은망덕한 한국”… 美공화 상원의원, 301조 조사 주장
https://www.chosun.com/english/world-en/2026/08/28/2R27SRVO3FC6PIQA7G5PFO3ORE/
https://www.chosun.com/english/world-en/2026/08/24/QNKE3GB3GRA3LIN6MR7HKGSKJM/
https://biz.chosun.com/en/en-international/2026/08/25/FH4ULF56VFDI3HM2KVWQZMMH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