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근육처럼 자란다
어제는 유난히 수영이 안 되는, 몸이 무거운 날이었다. 누군가 발뒤꿈치를 붙잡고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는 기분이었다. 힘을 빼려 애쓰며 마음속으로 초록 신호등을 켰다.
'천천히 워밍업부터. 힘 빼고 몸부터 풀자.'
처음 일곱 바퀴는 언제나 고비다. 그 벽을 넘고 나면 잘 달궈진 몸이 스스로 리듬을 찾는다. 가쁜 숨도, 온몸을 짓누르던 무게감도 어느새 잊힌다. 몸이 점점 가벼워지고 머릿속이 맑아진다. 이 감각을 스위머스 하이(Swimmer's High)라고 부른다. 좀 더 익숙한 이름으로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있다.
솔직히 처음엔 이게 스위머스 하이인지, 그냥 일회성 느낌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몇 번 겪어보니 다르다는 걸 알았다. 처음엔 그저 숨이 좀 트이는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 새어 나왔다. 레인 끝에서 벽을 짚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차올랐고, 다음 바퀴를 돌 때는 그 벅참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몸은 분명 힘든데 기분은 이상하게 가뿐한, 그 어긋남이 좋아서 매일 물에 들어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수영을 마치고 나면 조선의 왕처럼 거대한 아침을 차려 먹는다. 가끔은 한우 등심을 구워서 혼자 한 상 차려 먹기도 한다. 그러고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린다.
드르륵 드르륵. 뽀글뽀글.
원두 가는 소리. 물줄기가 필터를 통과하며 내려가는 리듬. 서서히 퍼지는 커피향.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와 향기가 된다. 거실로 스며드는 햇살과 창밖의 새소리를 들으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이제 나는 진짜 행복해지려는 걸까.
도서 인플루언서 여르미는 『나를 지키는 뇌과학』에서 행복을 재능이 아니라 훈련이라고 말한다. 처음 드는 바벨은 10킬로그램도 버겁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점점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듯, 뇌 회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행복 근력 운동"이라 표현한다.(p.108)
행복은 타고나는 감정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쌓아 올리는 근육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수영장으로 향한다. 헬스장에서 무게를 늘려가듯, 오늘은 한 바퀴, 내일은 두 바퀴, 아주 조금씩 행복의 중량을 올린다. 처음엔 버겁던 바벨이 어느 날 가볍게 느껴지는 순간처럼, 물속에서도 그런 순간이 온다. 몸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이 붙는 순간. 25m를 오가는 만큼, 나의 행복도 조금씩 쌓여간다.
그러니 오늘도 밀도 있게, 천천히 나아갈 뿐이다.
언젠가 이 바벨이 가벼워질 그날까지.
[헤엄치듯 읽는 법]
행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매일 물살을 가르듯 반복해서 훈련하는 근육이다. 스위머스 하이가 순간의 쾌감이라면, 진짜 행복은 그 감각을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연습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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