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당신만이 저를 잊었습니다

기억되지 않는 사랑에 대하여

by서영수

"당신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지요. 마치 당신이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시계태엽의 긴장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요. 시계태엽은 어둠 속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당신의 시간을 재고 심장 박동소리와 함께 당신과 늘 같이 하는데도 당신은 성급한 시선을 수백만 번 똑딱거리는 초점 위로 단 한 번 힐끗 던질 뿐, 시계태엽의 긴장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평생 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 그녀는 생의 마지막 순간 그에게 편지를 쓴다. 평생 사랑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던 그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였기에, 그것은 답장을 기대할 수 없는 유언장과도 같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낯선 여인의 편지> 속 이야기다. 평전과 역사서의 대가로 알려진 작가가 이토록 집요하고 섬세한 감정의 서사를 남겼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전쟁과 망명의 시간을 지나 끝내 타지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이 소설이 품고 있는 '끝내 이루지 못함'의 정서와도 어딘가 닮아 있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속 플로렌티노 아리사를 떠올릴 수도 있다. 평생 한 사람을 사랑했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플로렌티노의 사랑은 결국 상대에게 닿는다. 기다림 끝에 성취되는 사랑이다. 반면 츠바이크의 소설에 나오는 여인은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다림 자체가 목적인 사랑. 상대의 인식 없이, 철저히 혼자 완결되는 사랑이다.



'제 아이가 어제 죽었습니다'로 시작되는 편지. 그러나 남자는 편지를 쓴 여인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여인은 평생 아이를 홀로 키우다 아이의 죽음과 함께 자신의 삶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그에게 평생의 사랑을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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