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읽다 보면, 한 가지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행복'과는 결이 다른 감정입니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누구 하나 온전히 평온한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몰락한 가문, 무너진 시대, 회복되지 않는 상실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즈코는 문득 '행복'에 대해 생각합니다.
'나는 어머니가 지금 행복한 게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했다.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슬픔의 극한을 지나 아스라이 신기한 불빛을 보는 기분. 이런 게 행복감이라면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분명 지금, 행복한 거다.
고즈넉한 가을날 아침, 햇살 따사로운 가을 뜰. 나는 뜨개질을 멈추고 가슴 높이로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어머니. 전 지금껏 어지간히 세상 물정을 몰랐나 봐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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