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도덕을 밀쳐 낼 수 없나요

『사양』의 가즈코

by서영수

이제 다자이 오사무 『사양』의 화자이자 주인공 '가즈코'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가즈코는 다자이 오사무의 연인 '오타 시즈코'를 모델로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녀의 일기와 편지의 일부가 이 작품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가즈코는 가족 중에서 가장 의지가 투철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인물로 그려집니다. 어머니와 남동생 나오지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견디는 놀라운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녀를 단순히 강한 인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가즈코를 모순된 감정과 선택을 끌어안은 채, 끝까지 앞으로 밀고 나가는 인물로 읽었습니다.


애정 없는 결혼의 실패,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느껴야 했던 쓸쓸함, 남동생의 끊임없는 일탈까지. 자칫 지칠 만도 한데 그녀는 나오지처럼 절망 속에서 헤매지 않고 꿋꿋이 각박한 현실을 헤쳐 나갑니다. 한 번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이를 위해서는 낡은 도덕마저도 뛰어넘어야 한다고 각오를 다집니다.



"전투, 개시. 언제까지나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싸워서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새로운 윤리, 아니, 그런 표현은 위선적이다. 사랑. 그것뿐이다."


이 한 문장이 가즈코라는 인물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녀에게 사랑은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남동생을 통해 알게 된 작가 우에하라를 사랑하게 된 이후, 가즈코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긴 편지를 보내 먼저 사랑을 고백하고, 그가 유부남임을 알면서도 전혀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 편지에서 그녀는 이렇게까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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