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는 끝내 버티지 못했을까

『사양』의 나오지

by서영수

다자이 오사무 『사양』의 또 다른 주인공 ‘나오지’. 그는 고등학생 시절, 자신과는 다른 계급에서 자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억센 기세에 눌리지 않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귀족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다른 계급의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싶었지만, 그 시도는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대학생이 되어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강제로 징집되고 그곳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아편에 의지했다고 고백합니다.


무엇이 그를 절망으로 이끌었을까요?


그는 이제 자신을 돌보지 않고 하루하루 욕망이 이끌리는 대로 살아갑니다. 돈이 생기면 하루 종일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돈이 떨어지면 집에 마지못해 들어오는 식입니다. 그런 나오지를 바라보는 누나 가즈코와 어머니도 힘듭니다. 그러나 그를 일체 탓하지 않습니다. 마치 살아만 있어 주어도 고마운 일이라는 듯합니다. 아마도 그가 왜 그렇게까지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나오지는 끝내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가즈코에게 편지를 남긴 채 생을 마감합니다.


"저는 제가 왜 살아 있어야만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천박해지고 싶었습니다. 강인하게, 아니 난폭해지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민중의 벗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 정도로는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그러자면 마약 외에는 없었습니다. (...) 저에겐 희망의 지반이 없습니다."


이 고백에서 나오지의 비극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는 귀족이라는 신분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신분을 완전히 벗어던지지도 못했습니다. '천박해지고 싶었다'는 말 자체가, 이미 귀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우월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품은 채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것, 그것이 나오지를 갉아먹은 진짜 고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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