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아카우시 오너 제도 20년, 참여와 연결은 다릅니다
주변 지인 한 분이 한우에 팬덤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셔서 관련된 질문을 받다 보니 저도 궁금증이 생겨 사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애서 지난 FanCase27에서 와규마피아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한우 브랜드는 이미 많습니다. 지자체마다 이름이 있고, 축제가 있고, 캐릭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팬을 가진 브랜드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광고를 늘리고 시식 행사를 열어도 사람들은 그날 고기를 먹고 돌아갑니다. 관계가 남지 않는 소비입니다.
일본 구마모토현 아소(阿蘇)에는 20년 넘게 이어진 제도가 하나 있습니다. 도시 사람이 30만 엔을 내고 소 한 마리와 연결되는 아카우시 오너 제도입니다. 크게 성공한 사례는 아닙니다. 규모로 보면 오히려 실패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서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성공담은 무엇이 통했는지만 알려 주지만, 이 사례는 무엇이 통하지 않았는지까지 알려 줍니다.
운영 주체는 공익재단법인 아소 그린스톡(阿蘇グリーンストック)입니다. 1995년 지역 기업과 행정, 시민의 출연금으로 세워진 재단이고, 오너 제도는 2004년도에 시작했습니다.
참여자가 내는 30만 엔은 셋으로 나뉩니다. 1만 엔은 오너 모임 회비로 5년간 2천 엔씩 쓰이고, 3만 엔은 농가 지원금이며, 26만 엔은 5년에 걸쳐 아카우시 고기와 아소 특산품을 주문하는 구입 한도입니다. 배당은 없고, 현금 환불도 원칙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돈이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합니다. 재단은 오너 두 명분 60만 엔을 묶어 번식용 아카우시를 들이려는 농가에 도입 자금으로 무이자 대출을 합니다. 농가는 송아지 판매대금 등으로 5년 안에 갚고, 다 갚은 뒤에야 오너들이 낸 지원금 6만 엔을 받습니다. 참여자의 돈이 재단 계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특정 농가의 특정 소 한 마리로 흘러갑니다.
이 설계에서 배울 점은 무이자 대출이라는 방식 자체가 아닙니다. 참여자의 돈이 어디에 가서 닿는지를 끝까지 추적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멤버십과 후원 프로그램은 이걸 보여 주지 않습니다. 회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으면, 참여자는 자기가 무엇의 일부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제도를 소 후원 프로그램으로만 읽으면 절반을 놓칩니다. 재단이 지키려는 것은 소가 아니라 초원입니다.
아소의 초원은 천 년 넘게 사람이 손을 대어 유지해 온 풍경입니다. 방목과 채초와 봄철 노야키(野焼き)가 함께 지탱합니다. 그런데 면적이 지난 100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최근 30년만 봐도 7,500헥타르 가까이 사라졌습니다. 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으로 노야키와 방화선 작업에 참여한 지역 주민의 68.1퍼센트가 50대 이상이었습니다. 활동보고서에는 내년에는 지역 소방단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 목야조합(牧野組合, 마을이 공동으로 목초지를 관리하는 조직)의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소가 풀을 뜯지 않으면 초원은 금세 덤불로 덮입니다. 그래서 소를 늘려야 하고, 소를 늘리려면 농가에 자금이 필요하며, 그 자금을 도시 사람들이 대는 것이 오너 제도입니다. 아소에서 소는 그 자체로 지켜야 할 생업이면서, 동시에 초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지켜야 할 것이 먼저 있었고, 제도는 나중에 만들어졌습니다. 반대 순서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참여 장치를 먼저 설계하고 그 안에 담을 명분을 나중에 찾으면, 참여자는 곧 알아챕니다.
그래서 한우 브랜드를 기획하는 분들이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명명권이나 회원 등급이 아닙니다. 우리 지역에서 소가 사라지면 무엇이 함께 사라지는가, 그리고 그것이 참여자 눈에 보이는가입니다. 여기서 지역 경제나 축산 기반 같은 답은 명분이 되기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남의 사정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아소는 사라져 가는 초원이라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대상을 찾지 못하면 이 제도를 그대로 옮겨도 회원권 판매로 끝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