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스팟을 숨긴 디스턴트 로컬 -FanCase30

고객에게 참여 공간을 주기 전에 확인할 두 가지

by박찬우

이번 달 메타브랜딩 뉴스레터에 실은 제 칼럼의 주제는 <나홍진 감독과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배우는 '팬덤의 기술'이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996년 추리소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서 범인의 이름을 지웠습니다. 사건도 수사도 단서도 다 있는데 결론만 없었죠. 나홍진 감독은 <호프>에서 그 존재를 보여주되, 그것을 무엇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는 끝내 하나로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독자와 관객이 채울 몫을 남긴 것입니다.


칼럼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팬이 많다고 팬덤이 생기지는 않는다고요. 팬들이 서로 연결될 때 팬덤이 되고, 그 연결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있을 때 생긴다고 썼습니다. 저는 그 자리를 '참여 공간'이라고 부릅니다.


칼럼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칼럼을 보내고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소설과 영화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영역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스크린샷 2026-08-17 224622.png

미국의 작은 서프 브랜드 디스턴트 로컬(Distant Local)입니다. 지도를 팔면서 어떤 장소는 일부러 그리지 않는 브랜드죠.


처음에는 같은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뜯어보니 정반대였습니다. 그리고 그 정반대가 이번 FanCase의 주제 됐습니다.


두 창작자는 재료를 주고 결론은 관객 몫으로 뒀습니다


먼저 지난 칼럼의 두 사례를 간단하게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XL.png

히가시노 게이고가 뺀 것은 재료가 아니라 결론이었습니다. 단서는 본문에 전부 깔아 뒀습니다. 이런 형식은 독자 도전형(讀者挑戰型) 추리소설로 불립니다. 독자가 탐정이 답을 알려줄 때까지 수동적으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지혜를 겨루게 하는 방식이죠. 3년 뒤에는 용의자를 셋으로 늘려 난이도를 더 올렸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빈칸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맞힐 정답이 하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 존재와 사건을 각자 어떻게 이해할지 채우게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대목은 감독이 직접 밝혔습니다. 장재현 감독과의 스페셜 GV 자리였습니다. 모두가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결론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요.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르게 받아들이도록 과정을 설계했고, 자신이 내려주는 결론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완성하고 결론을 내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걸 맞춤형 결론이라고 불렀습니다.


답을 묻는 관객에게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절대 궁금해하시지 마십시오." 보고 느낀 것이 옳은 것이고, 그게 이 영화이자 자기 의도라고요.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 발언입니다. <호프>는 전작들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관객이 결론에 더 가깝게 갈 수 있도록 하려던 것이었다고요.


재료는 늘리고 결론만 남긴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용의자를 셋으로 늘리면서도 단서는 다 깔았던 것과 같은 방향입니다.


물론 이것은 감독이 밝힌 설계 의도입니다. 영화가 실제로 관객이 자기만의 결론을 만들 만큼 재료를 충분히 줬는지를 두고는 평가가 갈립니다. 열린 결말이 아니라 이야기가 중단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죠.


다만 두 사람의 방식에서 뽑아낼 구조는 분명합니다. 정답형과 해석형으로 갈리지만 둘 다 채우라고 비운 칸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박찬우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15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