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를 연구하기로 했다 188

호수를 보러 가지 않았다 | 연구노트 0103

by그레이스 그레이트


어제 엄마에게 다녀왔다.


엄마 옆에 누웠다.


잠깐 눈만 붙이려고 했는데 한 시간쯤 잤다.


이상했다.


참 편안하게 잤다.


내가 열 살 무렵부터 잠들던 곳이다.


어린 날의 내가 누웠고, 학교에 다니던 내가 누웠고, 어떻게든 이 집을 떠나고 싶어 했던 내가 누웠던 자리.


나는 한때 이곳을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온라인 게임을 얻고 싶었고, 내 돈을 벌고 싶었고, 이 집 밖으로 나가면 자유로울 줄 알았다.


그래서 나갔다.


그리고 아주 오래 세상을 살았다.


온라인 게임을 다니고, 아이를 낳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가정을 꾸리고, 수없이 출근하고 퇴근했다.


그렇게 쉰여덟이 되어 다시 그 방에 누웠다.


여든아홉 엄마가 곁에 있었다.


눈을 감았다.


한 시간이 사라졌다.


깨어났는데 엄마가 물었다.


“밥 먹었냐?”


“응.”


조금 있다 또 묻는다.


“밥 먹었냐?”


치매를 앓는 엄마에게 조금 전의 대답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의 질문은 자꾸 처음으로 돌아온다.


“밥 먹었냐?”


나는 또 대답한다.


“먹었어.”


엄마는 또 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은 잊히지 않는다.


밥 먹었냐.


평생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그 문장 하나는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일까.


⸻


엄마 곁에 누워 천장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여기를 감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 오십 년 가까이 살아보고 돌아와 보니 알 것도 같았다.


여기가 감옥이었다면, 바깥은 더 지독한 곳이기도 했다.


물론 어린 날의 아픔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의 나는 정말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 마음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의 나에게는 또 다른 사실이 하나 생겼다.


내가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곳에서,


나는 지금 가장 깊게 잠들기도 한다.


사람의 생에는 이렇게 서로 반대되는 두 문장이 동시에 참일 때가 있다.


나는 이 집이 싫었다.


그리고,


나는 이 집에서 편안하다.


둘 중 하나를 지울 필요가 없었다.


이것도 오늘의 관찰이다.


⸻


엄마는 아프다.


나는 엄마 옆에서 아무것도 고칠 수 없었다.


물을 떠다 줄 수 있고, 밥을 챙길 수 있고, 손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엄마 대신 아플 수는 없다.


엄마의 기억을 다시 가져다 놓을 수도 없다.


엄마의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다.


나는 평생 무언가를 고치면서 살아왔다.


문제가 생기면 방법을 찾았다.


일이 틀어지면 바로잡았다.


사람과 어긋나면 설명했다.


말이 안 통하면 더 설명했다.


그래도 안 되면 더 좋은 말을 찾았다.


그런데 엄마 앞에서는 할 말이 없다.


또야가 슬그머니 찾아온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뭘?”


더 잘해드려야지.


“그러고 싶지.”


나중에 후회하면?


또야가 제일 잘 물어오는 말이다.


후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엄마가 다시 묻는다.


“밥 먹었냐?”


“응. 먹었어.”


오늘은 그걸로 됐다.


⸻


엄마를 보고 돌아온 뒤 이상하게 내 몸을 보는 눈도 조금 달라졌다.


머리가 욱신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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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오늘도 나를 연구합니다.고치려 하기보다 이해하기.비난하기보다 관찰하기.판단하기보다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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