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차별한다

나를 연구하기로 했다 · 연구노트 004

by그레이스 그레이트


오늘도 주말마다 만나는 부부모임에 다녀왔다.


저녁을 먹으러 가까운 식당에 갔다. 주문한 음식의 번호가 불리면 각자 음식을 가져오는 셀프식당이었다. 나는 미역국을 시켰고, 번호가 불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오지 마.”


나는 멈칫했다.


그는 식당에서 음식을 옮길 때 쓰는 작은 수레를 끌고 가서 음식을 가져왔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좀 비켜”, “일어나” 같은 말들이 들렸다.


별말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별말로 듣지 못했다.


밥을 먹는 내내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기분이 상하면 설명하지 않는다. 침묵한다. 그리고 상대가 알아차리기를 바란다.


참 이상한 싸움이다.


상대는 아무 일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미 마음속에서 한참 싸우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처음에는 말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니 다른 것이 보였다.


그 식당은 저렴한 식당이었다. 조리하는 사람만 있고, 나머지는 손님이 직접 움직이는 구조였다. 그는 그 식당의 방식을 따르고 있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반면 나는 서비스를 기대했다.


나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누군가 음식을 가져다주는 식당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는 효율을 생각했고, 나는 대접받는 방식을 기대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서로 다른 기준으로 같은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더 불편한 발견은 그다음에 왔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남편에게는 애를 쓴다. 피곤한 발을 주물러주고, 수영도 배우고, 대화도 이어가려고 한다. 아들에게도 그렇다. 어머니에게도 그렇다. 내게 중요한 사람에게는 꽤 많은 인내심과 시간을 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다르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람.


서너 시간 함께 있다가 헤어질 사람.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렇게 마음속에서 분류가 끝나면, 이상하게 이해하려는 노력도 함께 줄어든다. 더 말해보려는 마음도 사라진다. 조율하려는 수고도 아까워진다.


나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을 차별한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한다. 그리고 그 분류가 끝나는 순간, 내 마음은 문을 조금씩 닫는다.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나는 아버지도 그렇게 보냈다. 오래도록 미움 한 다발을 품고 살았다.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판단했다. 그도 자기 방식으로 삶을 견디고 있었을 텐데, 나는 그의 서툰 방식을 너무 오래 틀림으로만 읽었다.


오늘의 가족모임도 그랬다.


상대는 나를 힘들게 하려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 달랐을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다름을 금방 틀림으로 번역한다. 그리고 틀렸다고 판단한 사람에게는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는다.


내가 대인관계에 서툰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을 너무 빨리 분류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사람.


내 사람이 아닌 사람.


중요한 사람.


중요하지 않은 사람.


나에게 순응하는 사람.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


그 선을 긋는 순간, 나는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를 통과시키는 사람이 된다.


베델공동체의 당사자연구를 배우며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이것이다. 문제를 없애려 하지 않는다는 것. 상대를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 대신 묻는다는 것.


“나는 왜 저 사람 앞에서 이렇게 반응할까?”


오늘의 연구대상은 그가 아니다.


침묵하는 나.


서운해하는 나.


사람을 중요도에 따라 나누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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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오늘도 나를 연구합니다.고치려 하기보다 이해하기.비난하기보다 관찰하기.판단하기보다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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