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어지러움증이 재발해 한약을 먹기 시작한 지 며칠 안 됐을 때였다. 며칠 전, 탕비실에서 전자레인지에 한약을 데우던 참이었다. 밀가루를 피해야 한다는 의사 말에, 걱정스레 C에게 털어놓았다. 그냥 그뿐이었다.
"부장님, 한약 드신데요. 참 부러워요. 난 돈 없어서 그런 것 엄두도 못 내는데.."
팀 전체가 모인 점심 자리였다. 테이블 여럿이 들을 만큼, 목소리가 컸다. 숟가락을 든 손이 멈췄다.
누군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어야 할지, 뭐라고 받아쳐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밥을 먹었다.
장면 #2
"대전은 참 밀가루를 재료로 하는 가게들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거 같아요."
팀 동료 K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대전은 빵집을 위시해 밀가루를 재료로 한 가게들이 유독 많다. 한약을 먹는 동안은 그 밀가루를 피해야 했다. 매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날도 간 곳은 칼국수와 돈가스가 유명하다는 집.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나마 안전해 보이는 낙지비빔밥을 골랐다. 그런데 그 비빔밥에도 돈가스 몇 덩어리가 얹혀 나왔다. 희한한 메뉴였다. 여태껏 자제해 왔는데, 하필 여기서 이러나 싶었다. 낙지만 건져 먹고 돈가스는 남겼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틈을 놓칠세라, 떠벌이 그 친구가 남긴 밥그릇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거 다 남겼네. 이게 뭐예유. 남기면 벌 받아유~"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게 뭐야'
뭐라 답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