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오피스텔방에 에어컨이 고장 났다.
보름 전부터 비실 비실 대더니 지난주부터는 설정 온도를 아무리 낮춰도 찬바람이 아니라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기 시작한다. 얼마 전 열대야에 세 번이나 새벽에 깼다. 그날은 사무실에서 유난히 힘들고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다.
냉매가 없는 건가? 아니면 다른 문제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조치를 취해달라고.
방문한 수리기사의 진단은 에어컨 기기 자체가 오래되었고, 실외기가 고장이란다. 실외기가 시름시름 앓다가 아주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수리기사에게 잘 부탁한다는 이야길 건네고, 나는 편의점에서 미리 구입한 부라보콘을 하나 드렸다. 어떤 의도가 있다기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기사분은 고마워하며 씩 웃고는 맛있게 먹는 거였다.
수리에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왔을 때에는 수리가 마무리 단계로 보였다.
에어컨 기사는 실외기뿐만 아니라 벽걸이 에어컨까지 모두 새것으로 교체해 놓았다.
수리 기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실외기만 수리하면 나중에 또 고장 날 확률이 높다고 집주인에게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고, 벽걸이 에어컨까지 바꿔야 시원한 바람이 제대로 나온다고 설득했어요. 실외기가 40만 원, 벽걸이가 20만 원 정도 나올 거예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리모컨 작동법과 주의 사항들을 설명하고 돌아가는 수리 기사의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큰 웃음이 났다.
저녁에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고장 난 부속품만 교체하려고 했는데... 수리 기사가 이왕 하는 거 돈이 좀 들더라도 제대로 새것으로 바꾸는 게 낫다고 하도 설득을 해서요. 하하, 뭐 어쩌겠어요. 그렇게 하자고 했죠."
고마움에 건넨 부라보콘 하나가 이번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게 했다.